어느나라 이야기
사람의 머리는
와인을 바르고
사람의 발은
소주를 바른다
머리가 빛이 나는
사람의 발에선
새까만
먼지들이
따개비처럼
붙어
발이 아우성친다.
머리가 맞이하는 기분 좋은
아침
죽어가는 발은
너무 고되인다.
술 취한 소년
마음속 심해에
케케묵은 미련을
하나, 둘 태워버리고
함께했던 추억들은
묻고 묻어 동산이 되므로
동산 위에
걸터앉아 삼키는
슬픔과 후회의
뜨거운 눈물
옛 기억 행복했던 나날이
죽는 자의 주마등처럼
조용히 스쳐 지나간다
숲
숲은 거대하게
자라는데
뿌리는 마르고
강물은 썩었다
진실과 소식을 전할
새들은
거짓으로 지저귄다
모든 것을
중재해야 할 나무들은
묵묵부답이다
믿을 것은 하늘뿐
촉촉한 비가 내려
뿌리를 적시고
강물은 흐를까.
잡초
넘지 못할 울타리
속 마련된 꽃밭
우린 모두 씨앗이었다
저긴 채송화
저긴 장미
저긴 국화
시간이 흐르고
꽃봉오리 맺힐 무렵
나는 자랄 뿐이다
생각하니
난 꽃이 없다
내가
꽃인 줄 알았더니
잡초였구나
저기 아름다운
꽃처럼 될 수 없는
밟히다 뽑히는
잡초 일뿐이구나
꽃
꽃밭
꽃 봉우리들 아
아름다운 꽃피워라
장미꽃으로 피워져
사랑을 불태우고
국화꽃으로 피워져
가는 이를 애도해라
나는 홀로
국화꽃 놓인 길을
걸어갈 테니
석양이 지는 밤
피어나던 꽃이
시들어 간다.
지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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