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타
새도 잠들어 조용한 밤
눈을 감으면 그것은 눈 깜박할 사이에 내 목을 죄어온다
거기서 나는 왜 똑부러지게 말을 못했을까
나는 왜 사는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가치가 있을까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성공은 내게 오지 않을까
그 외 등등
밝은 낮에 애써 모른 척 했던
온갖 독 들이 식도를 타고 흘러 심장에 당도하면
모든 것을 놔버리고 싶다
2. 모름
정말 나는 모릅니다.
하고 싶은 것
진정으로 꿈 꾸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당신들의 틀에 이미 갇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당신도
정말
몰랐습니까?
3. 달
부럽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의
내가 사랑하는 이 마저 아무 이유 없이 너를 사랑한댄다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너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느냐
인정받기 위해
하늘에 있는 너조차 모르도록 수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남은 것은 마음에 남은 어두운 심연, 지쳐가는 몸뚱아리
무엇을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해야 너처럼 될 수 있느냐?
4. 조용한 자살
쿵쾅쿵쾅
시작되었다 누군가가 죽을지 모르는 싸움이
50평 남짓한 황무지에서
모두가 칼과 총을 들고 그 누구보다 제일 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기지 못하면
가족의 차가운 멸시와 친구들의 조롱
여기에는 따뜻함이라는 건 없다
피는 일절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지만
눈물 흘리는 저 이름 모를 친구의 자리는
아름다운 하이얀 국화로 가득찰 것 이다
다시
2개월 뒤면 시작된다.
조용한 자살 싸움이
5. 청춘
밥 몇 끼에 사라지는 푼돈을 벌려고
온갖 욕설, 희롱을 참고 미소를 짓는다.
턱이 다 아프다
참는 것도 능력이겠지
분명 자유로워진다고 하지 않았나?
또다시
기대
성적
인간관계
과제
스펙
쌓여가는 짐들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러
곧장 와르르하고 부숴 질 것만 같다.
원하는 학교를 다니게 되었으니 마냥 행복해 질 줄 알았는데
발목엔 괴로움만이 붙어 히죽이죽 웃고 있다.
얼마나 포기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죽지 않은 게 신기하다
텔레비전 속 세상에는 분명히 하하 호호 웃는 사람들 뿐 인데
내 청춘은 왜 이리 고달프냐. 분리수거 되지 못하는 쓰레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