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너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고
나는 그저 네 앞에 앉아 빨간 손톱만 만지작 거린다
공허로 가득한 너에게
나는 그저 따듯한 바람이 되길 바랐으나
울고있는 너에게 나는,
어설퍼서 시린 바람이었을까
마음은 온통 애잔해서
죄 없는 가슴도 빨갛게 물든다
희뿌연 구름이 산 넘는 고요함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함이 없어
나는 그저 네가 안개길 산속에서
혼자 울지 않길 바랄 뿐인데
지나는 까마귀의 비웃음이
누굴보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그저
뒷산에 벚나무도
빨갛게 오열하는 봄,
너에게도 봄이 오길 바랄 뿐이다.
봄
부드러운 햇빛
바람도 그날은 내 편이었던 것 같아
가만히 나를 안아 올려주던
달짝한 그 레몬 향기도
봄바람에 섞여서
나는 그저 잔디에 누워
가만히 네 머릴 쓰다듬고 싶었지
햇살 등지고 나지막히 걸으며
우릴 감도는 꽃향기에 설레
나는 영원을 기억하려 숨을 들여 마시고
이 공간에 웃는 너를 가만히 그려 넣어본다
가만가만
물빛 같은 보석이 가슴을 일렁이는 봄
살짝 잡은 손가락 사이로
웃음이 새어나 너에게로 간다
여름
해 넘어가는 길 따라
길어지는 그림자마냥
너는 그렇게 늘어지듯 푹 주저 앉아
마음은 이렇게나 뜨거운대도
여름의 더위 한자락 덜어줄 수 없는 나는
꼭 쥔 손안에 물기만 쥐어짜고있어
잡힐것 같던 성공은 신기루같이 무너지고..
뭐든 할 수 있다며
노오력만 하라는 티비가 무심하고
뜨거운 이마음은 곧 지나갈 것이고
너는 곧 편안히 즐거워 질 것이라
잡았던 손을 슬며시 놓았던 지난 밤
그래,
나는 후회하지 않기로 했어
내뿜은 공기마자 답답한 이 밤
우리는 그저 열병을 앓을 뿐이니까
세월
또랑 거리는 빗물에
냇가가 넘실댄다
밤바다에 비릿 내가 그윽 한대
안개가 자욱해 감히 손댈 수가 없다
검은 실타래 엉킨 그물을
가만가만 풀어보려 해도 눈물이 나
노란 해가
내 가슴에 뜬 다
거기 어디쯤
둥둥 떠다니고 있을
둥근 달 그림자가
내리는 빗방울에 일그러지고
철썩 거리는 파도가
제 자리 걸음으로 오지 못해
하얀 눈물만 보내는 그 밤
세월한참 흘렀는데
너는 어디 있니
빗물모아 달빛을 받아
네 목숨 빚 갚으러
나는 오늘도 푸른 기와를 가슴에 얹는다
정상희
sanghee_@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