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7편 (임하늘)

by 원앙 posted Oct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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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 그네 (임하늘)

뒷동산 떡갈나무 한 그루 덩그러니


뉘엿뉘엿 져가는 노을 빛 받으며


나 앉아있는 삐걱 소리의 그네 밀어준다


차갑지만 온기 있는 어머니의 손처럼


가을 노을은 지긋이 날 비추고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아버지의 손처럼


막새바람은 요람마냥 그네를 흔들어준다


서투른 못질에, 갈라진 널빤지


삐걱 소리 나는 그러한 그네이지만


부모의 품인 양


이 나는 홍시 물은 아기와 같이


근심 없는 수확의 계절과 같이


입가에 미소를 띠고서는


멀리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


얼핏 보고는 잠이 든다.



-낙향() (임하늘)

물들어 가는 서쪽 하늘엔
한줄기 빛 쏟아져 들어오고
소나기가 그친 무렵에서야
느껴지는 여름의 향기
한데 모여든 빛이 발하고
추억의 속삭임에 귀를 대보면
들려오는 벗들의 모습
여름 저녁 무렵 피오르는 향기
선명한 과거의 나날
진심으로 웃어보았던
그 여름날 추억이여


-각심(刻心) (임하늘)

사람으로서의 도리
사람으로서의 이치
지금은 웃는 사진뿐인
할아버지가 남기신
소중한 말은 가슴속에
봄날 아침 이슬에 매달려
선명한 과거의 나날들
그때 마음 그대로 한결같이
스며드는 따사로움이여
그 봄날의 추억이여
영원히 내 맘에


-향수(鄕愁) (임하늘)

물들어 가는 산딸기에
떠들썩한 잔치들
울려 퍼지는 메나리 곡조에
가슴이 일렁이네
반딧불이들 수놓인
흐르는 계륫가 걷고 있으면
아른거리는 과거의 모습
조용히 내 눈가에
맴돌던 그리운 나날
그때 마음 그대로 변치 않고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


-일주일의 연주 (임하늘)

저 매미 슬피도 우네
무슨 연고로 그 매미 잡는가
단지 일주일 삶의 연주가를
그의 곡소리는
먼저 간 동료를 위한 진혼곡이요
미약의 연민을 느끼거든
그 매미 놓아주오.


-겁 많은 개 (임하늘)

백두의 천지는 선조의 골수요
지리의 칠선계곡은 우리의 핏줄인데
대간의 두 터줏대감은 왜 돌아섰는지
덩달아 봄 잘 맞기로 소문난 금강과 설악도
홱 돌아 서로 으르렁대는구나
총과 칼에 피 흘리며 함께 맞서던
형제의 신뢰는 온데간데없어
앙숙들 되다 못해
서로를 겨누네
그때의 총. 칼이 너무나 큰 상처였을까
서로가 두려워 으르렁대는가
본디 겁 많은 개들이 더욱 기차게 으르렁대니까.


-어느 중년 신사의 일기장 (임하늘)

오래되고 퀴퀴한 일기장 한 권
조그마하게 적힌 이름 석자는
어디에 문대었는지
희끄무레하게 만 놓여있다
일기장을 덮고 있는 가죽은
생채기와 손때로 장식되었고
흔하디흔한 인공 가죽이지만
정감 가는 양피지와 같았다
종이들은 무성한 세월을 뜻하듯
유체꽃의 노란빛을 바랐다
정감 가며 세월을 보여주는
어느 중년 신사의
자식 사랑의 내용으로 수두룩한
낡고 볼 폼 없고도 아리따운 일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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