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지치다 외 2편>

by 春花 posted Oct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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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다

눈에 퍽 익숙한 길을 오가고
같은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으레 하던 자잘한 후회를 쌓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비슷한 주제로 대화하며
평소처럼 지내는 것이

제 스스로 쳇바퀴 안에 갇혀
그저 달릴 줄 밖에 모를
멍청한 쥐처럼 느껴져서

그 견딜 수 없는 무력감이
내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내서
그 구멍 사이를 허무가 메워버려서

어쩔 줄 모를 허무함이
내 무력함을 비웃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가슴을 헤집어본다

그 무력함을 부정하듯이
그 허무함을 메우려듯이
그래봤자 뚤린 구멍은 보이지 않는데
가슴에 또 생채기를 남긴다



파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면
오지않는 잠대신 불청객이 들이닥친다

오늘 자기 전까지의 사소한 실수와
내가 왜 그랬을까하는 후회가
파도처럼 나를 덮치고 지나간다

한바탕 파도가 덮친 후
부끄러움과 미련의 잔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불쑥 생각나는 너에 대한 그리움과
미처 아물지 못해 고개 내민 상처가
또다시 파도가 되어 나를 덮친다

다시 밀려나가는 파도가
또다시 내게 남긴 것은

너를 다시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절망과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

내 마음은 마를 일 없이
늘 축축하게 젖어있겠구나



예고

똑똑똑 당신을 사랑할 거에요
똑똑똑 당신을 좋아할 거에요

이렇게 미리 통보를 한다면
마음 고생할 일도 슬플 일도 없겠지

하지만 그렇지만 그렇지 않기에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누군가가 사랑하는 그 마음이

더 애틋해지고
더 간절해지고
더 진해지는 거겠지

당신이 나와 같으면 좋겠어요
점점 더 그대 속을 알고싶어요

그렇게 머릿 속에 온통 그대 생각만 하며
내 마음이 그대에게 닿길 간절히 바라면서
하루하루 더 그대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겠지

그렇기에 사랑은 예고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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