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창작콘테스트 공모-시 5편

by 향초로 posted Oct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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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내리는 새벽


세상의 평화가 이곳에 내려와 앉는다.

치욕스런 어제의 기억을

새햐얀 명주로 덮어 버리고

또 다른 세상을 흉내내는

단 하나의  평화


세상의 고즈넉함이 이곳에 내려와 앉는다.

가로등의 따뜻한 허위가

어쩌면  내리는 눈을 녹여낼지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곳은 단 하나의 고즈넉함



   늙음-별에 바치다


한평생 숨죽이며

운명처럼 삶을 받아들이다

이제는 그 삶의 굴레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이르러

여인이 웃는다

웃음이라는 커다란 병은 차라리 다행일까?


단 한번 그 마음을 열어

시원하다 여긴 적 없는

이 여인이 또 웃는다

그 웃음은 울음일까?

모든 기억은 하늘의 별에게 보낸

이 여인은 이후 빛을 잃었다


부디 마지막 가는 길

별의 빛을 기억해주길



   꽃


피어나라 너의 붉음이여

봄부터 누군가의 눈물인양

황홀한 아름다움이여

그 벅찬 희열안에 숨겨진

검은날의 그림자는

그저 잊어도 좋다



   맨발


발의 감촉은 진화에서 제외된

처량한 신세가 되고

현대를 살아가는  오만한 누구든

그 태초의 감촉이 세포 깊숙하게 박혀있어

대부분 느낄 수 없다

어느 날

바람과 같아지고 싶을 때

바다를 찾는다

맨발로 물기 머금은 신성한 모래알을 딛고

그 기억을 되짚어

드디어 겸손과 만나는 시간

태초의 나와 마주하며

벅차오르는 이 순간을 주체할 수 없어

울음을 운다

고요한 가운데 울리는

아득한 평화로움

그것은 맨발 끝의 촉수가

아직도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신호

하얀 포말은 하늘로 승화 되고



   발길


걷고 또 걷는다

떨쳐내려던 나의 과거가

매장되어  있는 이 길

차마 너를

그곳에 묻지 못한 나는

너를 안고

걷고 또 걸어

추억이 머문 종착역에

너를 부린다

삶의 치욕이 되살아난

너와의 산책길에서

내가 느낀 건

그래도 살아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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