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창작콘테스트 -시5편-현솔

by 현솔 posted Oct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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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당신


             현솔



감도는 적막함 속에서 꺼내는
나의 빨간 스웨터
창가로 들어오는 빛이 비추어주는
회색 벽
늘어진 연습용 슈즈들
쇠의 차가운 느낌에 멈칫하는 손
다시 잡아보는 문고리
애꿎은 자켓은 자꾸 여매보고
저 녀석들과 나의 거리 난 안전해
유리재질의 병에 들어있는 탄산음료
터진 귤은 문고리에 흐르고 그것들은
바닥에 착지하고
도착한 곳 문고리는 차갑지만
희망적이고
장미는 장미인데 내 손에 쥐어준건
파란장미이다



같이하는 테니스


                 현솔



날아오는 공을 받으려고 약간 하늘을 쳐다봐
꺾여진 뒷목의 주름은 공원의 둘러 쌓인 나무들의
그늘이 닿고 젖은 머리칼은 카랑카랑한 오후의 햇빛이 닿아
파스텔톤 칼라티셔츠를 입고 흰반바지를 입은 몸은 그늘속에
가지고있는 테니스 채가 오래되었지만 가지고 있는 어린 얼굴
숫자가 맞지 않지만 재밌게 테니스를 치고있을 때
가운데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구경하고 있어
짖궂은 친구는 다가가 괴롭혀 앉아만 있었는데

나도 같이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보내버렸네



오늘의 기회


                현솔



아직도 포기를 못하는 카시오 시계

재생버튼이 달칵 눌러지는 테이프로 듣는 음악

오지 않아도 기다릴 줄 아는 나의 버릇

담배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움직이지 않는 얼굴을 태우고

기침을 하면서 담배를 태우고 작은 화풀이는

지워지지않을거 이미 알고있더라 계속 기다리고

거의 다와가고 있었고 내 입에는 풍선껌이 물리고

껌풍선을 만들어 불었다 터트려 입에 붙이고

다시 혀로 이리저리 모아와 또 껌풍선을 불고

하나 둘 숫자를 세면서 찾지 못하는 곳에 숨어

얼굴 붉히며 희망적인 느낌으로

기다린다




후련함


              현솔




걸쳐져 있는 옷들이 가득하더라도 패브릭 의자는

패브릭 의자

누구 옷일까 다 내 옷 일 수도 아닐 수도 네 옷 일 수도

보고만 있었어 멍 때리면서 패브릭 의자를

고개가 돌아가고 생각을 하게 될 때

아 저 화분에 물을 언제 주었을까

설거지는 했을까 바라보게 되는 열기 싫은 주방 문

천장만 바라보면 우리집은 너무나 넓은데

바라보지 않아도 되는 창문밖은

채워주는건 하늘이 아니라 그것보다 넓어서

찾을 수가 없는 것은 채념이 아니고

무수히 많아 보이던 눈을 감아도 알 수 있었던

차가워지면서도 따뜻해지면서도

알려주었던 더 따듯한 무언가도

오늘은 내일은 알지 않아도되겠다




즐거운 날


                현솔




기분이 좋아서 사과향이 가득한 향초를 샀고

문을 열지 않아 집에서도 또 다른 집에서도

하나 둘 물건을 다시 사는데 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우둘투둘 완전히 하얀색 벽도 회색벽도 아니고

흐린 날씨 같은 시멘트 벽에 느끼는 기분은 흐림

채워지는 물건들은 유광 블랙 모던함을 핑계 삼아

말 못하는 것들 있잖아 밖에서는

쌓아둔 것들을 색깔로 집에 배치 해놓고

더 나이지기보다 돌고 도는 색감속에

언제 올까 행복은 웃고 설레고 상상속에서

불을 끄려고 일어나고 잠드려고 다시 눕고

어두운데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은

물건들을 비추고 나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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