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차 창작콘테스트 공모작- 김지수 (분수 외 6편)

by 드보라 posted Oct 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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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푸른 자유를 버리고 세상과의 소통을 줄여

서로가 서로를 누르는 좁은 길을 택하는 이유는

 

하나뿐인 그 길에 뒤로 갈 틈도 없이

오로지 앞만 보며 전진하는 이유는

 

그러다 장애물을 만나고 벼랑 끝에 서도

매섭고 강하게 떨어질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다시금 정상으로 솟아오를 것을 알아

아무리 넘어져도 일으켜 줄 손들이 있음을 느껴

어차피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내 자신을 믿어

 

그래서 떨어져도 더 힘차게 올라가

그 노력이 네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를

찬란한 빛으로 물들 일 수 있어

 

하염없이 무너져도 멈추지 마

또 다시 도전할 땐 더 힘차고 아름답게

더 높이 비상하며 이룰 수 있어.

 

 

추워

 

이 세상엔 이렇게 많은 생명들이 숨쉬고

난 그 가운데 서서 달리고 있는데

왜이리 추워

 

내 곁에 있는 너의 존재가 느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이 품에 기대었어

그래도 추워

 

이제 손을 주머니에 안 넣어도 될 거야

그럼 넘어지지도 않겠지

하지만 땅이 너무 추워

시간은 걸어가는데 난 걷질 못하고

남들은 뛰는데 난 넘어져

외투 하나 없이 돌아왔는데

아직도 추워

 

네가 크게 소리쳤지

조금 있으면 봄이 오고 녹게 될 거야

내가 조용히 삼켰지

얼음이 날 짓눌러 움직일 수가 없어

 

해는 오지 않네, 달도 오지 않아

빛도 오지 않고 불도 오지 않아

이제 따뜻해 져야지

무섭지만 괜찮을 거야

그런데 어쩌지

난 여전히 추워

 

 

 

나는

 

어리고 여려 아무것도 몰랐던 아기는

양 주머니 뒤집힌 채 검은 세상 구경했던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나눠가며 다른 이와 동행했던 소녀는

작은 신문지 속에 아이들의 편지가 있었지

 

하지만 봄비처럼 스며들었던 세상이

태풍이 되어 몰아쳤고

가뭄처럼 말라있던 내 마음이

뜨거운 태양에 무너질 때

 

모든 것을 알게 되어 쓰러져 버린 여인은

남들에게 꺾여 자신을 잃어가는 엄마는

자신의 잔을 채우기 위해 남의 잔을 엎은 할머니는

차가운 가죽지갑 속에 자신의 사진만이 남아있지

 

이제 엉망인 내 맘을 청소할 시간이야

늦었다고 생각하지말자

뜨거웠던 신문지로 몸을 감싸며

이젠 무너지지 않기로 해

 

 

블라인드

 

착각인걸까

네가 날 그리워해서 불러낸 거야

얇은 동아줄 타고 온 너의 손길은

아프도록 뜨거웠으니까

 

착각하고 있어

내 눈이 너의 눈과 마주치며

우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끝내 마주보게 됐으니까

 

착각이야

간신히 매달려 웅크리고 있던 나를

기지개 펴주며 웃어주었던 것은

너에게 비칠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며

나의 그림자가 되어 함께할 꺼야 생각했지

 

착각했어

난 지금 등이 타고 있는데

넌 행복해보여

하지만 나로 인해 네가 웃는 건

꽤 견딜만한 고통인 것 같아

 

 

소나무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상하고

생각이 바뀌고

나마저 변했는데

 

너만 그대로네

끊임없이 찔려도 여전히 놓지 않네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작은 솔방울 품고 있네

 

추운겨울 뜨거운 땅 그 자리에서

차갑게 언 땅 굳은 뿌리내리고

 

눈 오던 밤

아직 까지 머릿속에 생각나

까만 하늘 속 빛났던 별이

이 땅위로 하얀 마음 품고 내릴 때

너의 온기로 감싼 나의 차가운 손

놓치지 않겠다던 눈꽃 같은 약속

 

가끔 머릿속에 그려봐

지금 내 옆에 네가 있다면 어땠을까

얼어가던 내 마음 녹일 수 있었을까

가로등 아래 선 내가 외롭지 않았겠지

깨끗했던 내 마음 뭉개지진 않았을 꺼야

 

이젠 머릿속에 간직해

내리는 흰 눈 사이로 본 넌 아름다웠어

쏟아지던 맑은 눈 사이로 본 넌 웃고 있었고

몰아쳤던 거센 눈 사이로 본 넌 따뜻했어

눈 오던 밤, 내가 널 바라봤던 밤을

잊지 못해 난 잊지 않을 거야

 

사랑이 떠나도

 

화염 속의 빛나던 그대가 떠나고

쓸쓸한 재만이 그 자리를 지킬 때

얼마나 힘들었니

 

죄어오는 답답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남은 흔적을 맺힌 눈물로 씻을 때

많이 괴로웠지

 

바쁜 하루 와중에도 머릿속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날 울리던

보라색 사랑이 생각 날 땐

 

머리 위에 펼쳐진 밤하늘을 봐

수많은 별들은 수많은 세월에 의해

수없이 반짝임은 수없는 아픔에 의해 만들어졌어.

 

우린 아직 암흑 같은 어둠속에 있고

머지않아 찬란한 빛을 낼 수 있어

우린 여전히 아무것도 없지만

더할 나위 없이 반짝일 거야

 

가끔은 창문으로 밤하늘을 보는 것 보다

아프게 뚫린 천장 구멍으로 보는 것이

더 예쁘니까

 

어쩌면 별들이 별자리를 이루는 것 보다

홀로 아늑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나의 별이

더 빛나니깐.


이름: 김지수

이메일: jisoo9780@naver.com

연락처: 010-5773-9780

나이: 1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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