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by 파란버찌 posted Oct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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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리 사이에는 틈이 있다

우리 사이에는 벽이 있다


틈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지만,

벽은 네가 만든 것이어서


나는 미처 미워해보지도 못했다


벽 앞에 섰다가

벽 앞에 앉았다


벽을 부수려다 말아버린 마음이 벽만큼 까끌거렸다.

네가 더 두텁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그만 덜컥 겁이 났다


우리 사이에는 벽이 있다

우리 사이에는 너만 있다


우리에는 너만 있다




안부


그대가 오는 소리가 차갑습니다

발걸음에 성긴 새벽 공기가 차갑습니다


눈이 내리지 않고 비가 내린 아스팔트 도로는

미끄러운 것이 위험하다 싶을 만큼 걱정스러웠습니다


찬 공기에 뜨거운 나의 입김이 닿아 서리처럼 흩어지는 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며,

문득 그대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추운 날, 그대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는 것이라고


나는 사랑했고

당신은 나를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독하게 아팠습니다

서로를 마음에 담은 딱 그만큼 앓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당신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나를 깨닫습니다


사랑하고 있음에도,

외사랑처럼 느껴지는 아픔이 바람내음과 함께 나를 휘감습니다


당신은 답이 없습니다


이렇게나 날이 찬데, 먼 데서도 잘 지내고 있냐고 묻고 싶습니다

따스한 남쪽 나라는 견딜만한 날씨냐고 다시 한 번 안부를 묻습니다


그리고 차게 식은 두 뺨 위에 눈물을 꾹꾹 눌러 닦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그대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놓지 못하는 탓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초승달 같은 사람아


아아, 그랬지

너는 본디 초승달 같은 아이였지.


잡으려면 사라지고

기다리면 멀어지는

지극히 서글픈 그런 아이였지.


새하얀 웃음조차 초승달과 같아서

아스라이 멀리에서야 손에 닿을까 말까 하는

지독히 서글픈 그런 아이였지.





내가 너를



선율이 무너져 내리듯 너를 사랑해


한밤의 태풍이 몰아치는 소리를 저주하듯 너를 사랑하고,

이미 오래 전에 죽어버린 아픔을 삼키듯 너를 사랑해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을 품에 끌어안듯 너를 사랑하고,

모든 감각을 잃은 사람처럼 너를 사랑해


사랑해,


내가 너를 너무나





아이


왜 어른들의 나쁜 상상은

현실이 되나요




달의 조각


나는 네 머리맡에 베인 수많은 밤이었지


오래된 별의 조각들이 구르던 소리는 아마 내가 네게 속삭이던 소리였을 거야

그 별의 조각들이 뒤엉켜 네 이불에 쏟아졌을 테지


어쩐지 낮이 아닌 밤에도 너만 환한 이유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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