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안녕히> 외 4편

by 매홧잎 posted Nov 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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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by 신안골 할머니)


어둠이 장막을 치면

어머니의 젖이 흘러넘쳐

아기들이 몰려든다

젖을 뗸 아기들은 흔적을 남기며

지상에 내려앉고

막 잠든 할머니는

달이 놓은 은빛 길을 건너

다시 아기가 된다




잠에서 깨면 나는 비난의 중심에 서있다.

언제나 늘 그랬듯이

나는 삶에게 배반당하고

사람 앞에 움츠러들었다

더 많은 상처를 받기 싫어

문을 닫았지만

틈을 비집고 나를 찌르는 그들


잠에서 깨면 나는 슬픔의 중심에 서있다.

언제나 늘 그랬듯이

나 자신에게 심지어 너희에게

때로는 실망과 좌절을 그리고 질투를

슬픔과 짜증을 입고 입혔다

더 많은 상처를 받기 싫어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흉터


꿈을 꿀 때

나는  희망의 중심에 있다

언제나 늘 그랬다는 듯

나는 삶에게 희망을 주고 불길 속에도 당당하다

어떤 상처도 금세 아물어 더 이상 상처를 겁내지 않는다


꿈을 꿀 때

나는 기쁨의 중심에 있다

언제나 늘 그랬다는 듯

미친듯이 춤을 추고 그 환희로

나를 그리고 너희를 가득 채운다


꿈을 꿀 때

밤은 아침이 되고

상처입은 몸에 딱지가 앉는다

나는 다만 진정으로 살아있기 위해

잠에 든다


쭉 이 모습 이대로


4월 벗꽃 만개한 가로수길 아래

처음 만나 본 너의 웃음

그 해맑은 미소에 반해

쭉 이 모습 이대로


8월 성난 해가 한창 심술궂던 그 날

성난 해를 어루만지는

그 티 없이 맑은 소리에 반해

쭉 이 모습 이대로


10월 울긋불긋 옷 입은 나무사이

사부작 사부작 낙엽을 밟고 놀던 너

장난스런 그 발거음에 반해

쭉 이 모습 이대로


12월 앙상한 가지에 걸린 졸업식 노래

처음 듣는 울먹이는 얼굴,소리,발걸음

그 모든 것에 반해

쭉 이 마음 이대로


싱그런 봄의 단즙이

농염하게 익어 뚝 뚝 떨어진다

나무 위 연주자는 멜로디를 만들고

대지의 잠든 화가는 일어나 물감을 찍는다

도심 밖 어느 산 속에서

나는 환희의 친구를 맞는다


눈물

노을을 머금은 붉은 구름이 머무는 곳

반짝이던 검은 보석빛이 사그라지고

먹빛 습기가 뿌옇게 차오른다


성장의 상처는 아스라이 손 끝을 간질이는

가시가 되어 가슴에 맺힌다


나의 세상에 슬픈 비가 내리지만

눈물로도 하늘은 가려지지 않는다



정용훈 / aoghktdlv@naver.com / 010 6346 2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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