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by 신안골 할머니)
어둠이 장막을 치면
어머니의 젖이 흘러넘쳐
아기들이 몰려든다
젖을 뗸 아기들은 흔적을 남기며
지상에 내려앉고
막 잠든 할머니는
달이 놓은 은빛 길을 건너
다시 아기가 된다
꿈
잠에서 깨면 나는 비난의 중심에 서있다.
언제나 늘 그랬듯이
나는 삶에게 배반당하고
사람 앞에 움츠러들었다
더 많은 상처를 받기 싫어
문을 닫았지만
틈을 비집고 나를 찌르는 그들
잠에서 깨면 나는 슬픔의 중심에 서있다.
언제나 늘 그랬듯이
나 자신에게 심지어 너희에게
때로는 실망과 좌절을 그리고 질투를
슬픔과 짜증을 입고 입혔다
더 많은 상처를 받기 싫어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흉터
꿈을 꿀 때
나는 희망의 중심에 있다
언제나 늘 그랬다는 듯
나는 삶에게 희망을 주고 불길 속에도 당당하다
어떤 상처도 금세 아물어 더 이상 상처를 겁내지 않는다
꿈을 꿀 때
나는 기쁨의 중심에 있다
언제나 늘 그랬다는 듯
미친듯이 춤을 추고 그 환희로
나를 그리고 너희를 가득 채운다
꿈을 꿀 때
밤은 아침이 되고
상처입은 몸에 딱지가 앉는다
나는 다만 진정으로 살아있기 위해
잠에 든다
쭉 이 모습 이대로
4월 벗꽃 만개한 가로수길 아래
처음 만나 본 너의 웃음
그 해맑은 미소에 반해
쭉 이 모습 이대로
8월 성난 해가 한창 심술궂던 그 날
성난 해를 어루만지는
그 티 없이 맑은 소리에 반해
쭉 이 모습 이대로
10월 울긋불긋 옷 입은 나무사이
사부작 사부작 낙엽을 밟고 놀던 너
장난스런 그 발거음에 반해
쭉 이 모습 이대로
12월 앙상한 가지에 걸린 졸업식 노래
처음 듣는 울먹이는 얼굴,소리,발걸음
그 모든 것에 반해
쭉 이 마음 이대로
봄
싱그런 봄의 단즙이
농염하게 익어 뚝 뚝 떨어진다
나무 위 연주자는 멜로디를 만들고
대지의 잠든 화가는 일어나 물감을 찍는다
도심 밖 어느 산 속에서
나는 환희의 친구를 맞는다
눈물
노을을 머금은 붉은 구름이 머무는 곳
반짝이던 검은 보석빛이 사그라지고
먹빛 습기가 뿌옇게 차오른다
성장의 상처는 아스라이 손 끝을 간질이는
가시가 되어 가슴에 맺힌다
나의 세상에 슬픈 비가 내리지만
눈물로도 하늘은 가려지지 않는다
정용훈 / aoghktdlv@naver.com / 010 6346 2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