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차 창작콘테스트 공모(시)

by 여늬 posted Nov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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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의 사랑

 

늙은 사랑이 등 뒤에 있다

 

백석의 시처럼

아내도 없고 아내와 살던 집도 없어진

늙은 아버지가 등 뒤에 서 있다

 

고양이 소리로 허세를 부리며

새끼를 지켜내던 어미 여치처럼

젊은 날 아버지 술 한 잔엔

허세 한 접시도 따라 나왔다

 

이젠 삶의 전장에서 돌아와

갑옷도 벗고

틀니도 빼고

돌아온 시간 줄기 마냥

굽어진 허리는 말한다

 

그 또한 살아내는 무기였다고

그 또한 지켜내는 사랑이었다고

 

오래 된 사랑이 등 뒤에 멀리 서 있다.

 

 

 

편지

 

토닥 토닥

등을 두드리는 소리

나를 위로하며

비가 온다

 

주룩 주룩

눈물 흘리는 소리

내 얼굴 어루만지며

비도 운다

 

비가 떠난 자리

따끔 따금

햇볕 파스 한 장

등짝에 붙었다

 

우표 없는 엄마편지

 

 

풀이 외치다

 

, 그저

같이 살고 싶었을 뿐이다

 

어느 평화로운 오후

호미자루 든 늙은 농부가

마당으로 들어섰다

 

오싹 한기를 느낀 나는

친구 옆구리로 얼굴을

묻었지만

 

사내는 끝내 나를 찾아내

머리털부터 발끝까지

난도질을 했다

 

이름 모르고 태어난 게

이렇게 큰 죄일 줄이야

나도 같은 자식이거늘

어찌 이리도 편애한단 말인가]

 

, 다음

생엔 이름 석 자 알리리라

그리고 사내에게 외치리라

난 잡초가 아니라고

내 성씨는 풀 씨라고

 

 

 

 

 

    

 

아직은 혼자 설 수 없어요

당신 가슴에 기대게 해 주세요

 

처음부터 바로 서라 하지마세요

저에게도 시간을 주세요

 

텅 빈 잎을 기둥삼아

한껏 부푼 가슴으로

까맣게 익은 꿈을 품고

서슬 푸르게 일어서는 날

 

매운 칼바람도

비켜 갈 거예요

 

 

보자기

 

정겨운 요술쟁이 보자기는

손자 줄 떡을 가슴팍에 숨기고

딸네 줄 호박도 품고 오지요

 

폼 내는 멋쟁이 보자기는

할매 몸빼 허리춤에 매달렸다가

어느 날은 엄마 얼굴 감싸고 오지요

 

백화점 진열장 화려한 포장지

명품 백 품고 미모 뽐내다가

쓰레기통으로 사라질 때

 

이쁜 호박이 스카프 두르듯

날씬한 가지가 허리띠 매듯

울 보자기는 할매가 되고

엄마가 되어 옵니다

 

 

성명 : 채연희

메일 : jyeme@hanmail.net

연락처 :  010-8162-7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