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편

by 이미네 posted Nov 25,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 휠체어

재활용 센터의 의자

희붐한 가로등에

자신을 위로한다

부러진 다리로

주인을 모실 수 없다

기우뚱한 내 모습이 불안할 테고

세상도 기울게 보이겠지

느릿느릿 삐뚤빼뚤

괴이한 운명 저주할 테고

결국 둥근 줄에 매달릴 거야

그랬던 거야

주인은 죄책감과

자괴감으로부터

해방해 준 거야

나를 사랑한 거야


2 연꽃

팡!

폭탄이 터졌다

아득한 파편이

멋대로

그녀를 그리자

숨이 멎었다

3 홀씨  

고장 난 우주선이

이끈 지구

벗어나려 고쳐보지만

하루, 이틀, 사흘……

시간만 쌓인다

친구들은 잘 있는가

고향은 가을이겠지

소식 없는 자식 덕에

까매졌을 어머니

떠오르자, 눈물 국

보글보글 끓여졌고

허기진 심장

머뭇머뭇 말한다

“이제 잊고 정 붙이라!”

조심스러운 부탁에

한숨만

후! 후!

쉰다

4 월급날

타박 타박 타박

발소리

보슬비 젖은 다리 지났다

구두 밑이 촉촉하다

그렇지만 동정치마라

자존심은 열 황소 못지않아

닿기라도 하면

흔적 없이 녹아버린다

집에 도착한 남자

얼기설기 얇은 혈관으로 만든 치킨

아들 손에 들려주고선

빳빳한 배춧잎

뭉툭한 여자 손에 들려주며

‘어험!’

위엄 부리지만

여자의 손

달력 한 장

어찌 버틸까

연신 시든 미소만 짓는다

5 블랙커피

매일 한두 잔 블랙 마시던 어머니

“맛나도록 설탕도 넣으세요”

부탁에도

“블랙이 맛나단다”

꿀떡꿀떡

한 번에 들이켜는

어머니

마시고 나면

노곤함 간곳없고

어디서 나온 기운인지

이울어진 아들 업고

물리치료 받으러 가던 모습에

블랙커피가 민병통치약으로 알던 나

어른이 된 지금

삶의 애달픔 잊으려

블랙 마시는 내 모습서

어머니의 쓴

눈물이 보였다


 손성일

010-5544-8817


Articles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