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휠체어
재활용 센터의 의자
희붐한 가로등에
자신을 위로한다
부러진 다리로
주인을 모실 수 없다
기우뚱한 내 모습이 불안할 테고
세상도 기울게 보이겠지
느릿느릿 삐뚤빼뚤
괴이한 운명 저주할 테고
결국 둥근 줄에 매달릴 거야
그랬던 거야
주인은 죄책감과
자괴감으로부터
해방해 준 거야
나를 사랑한 거야
2 연꽃
팡!
폭탄이 터졌다
아득한 파편이
멋대로
그녀를 그리자
숨이 멎었다
3 홀씨
고장 난 우주선이
이끈 지구
벗어나려 고쳐보지만
하루, 이틀, 사흘……
시간만 쌓인다
친구들은 잘 있는가
고향은 가을이겠지
소식 없는 자식 덕에
까매졌을 어머니
떠오르자, 눈물 국
보글보글 끓여졌고
허기진 심장
머뭇머뭇 말한다
“이제 잊고 정 붙이라!”
조심스러운 부탁에
한숨만
후! 후!
쉰다
4 월급날
타박 타박 타박
발소리
보슬비 젖은 다리 지났다
구두 밑이 촉촉하다
그렇지만 동정치마라
자존심은 열 황소 못지않아
닿기라도 하면
흔적 없이 녹아버린다
집에 도착한 남자
얼기설기 얇은 혈관으로 만든 치킨
아들 손에 들려주고선
빳빳한 배춧잎
뭉툭한 여자 손에 들려주며
‘어험!’
위엄 부리지만
여자의 손
달력 한 장
어찌 버틸까
연신 시든 미소만 짓는다
5 블랙커피
매일 한두 잔 블랙 마시던 어머니
“맛나도록 설탕도 넣으세요”
부탁에도
“블랙이 맛나단다”
꿀떡꿀떡
한 번에 들이켜는
어머니
마시고 나면
노곤함 간곳없고
어디서 나온 기운인지
이울어진 아들 업고
물리치료 받으러 가던 모습에
블랙커피가 민병통치약으로 알던 나
어른이 된 지금
삶의 애달픔 잊으려
블랙 마시는 내 모습서
어머니의 쓴
눈물이 보였다
손성일
010-5544-8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