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시인과 죽은 시인
시인의 절반은 장님이다.
눈이 뜨여있다면 왜 눈앞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가
작은 세상의 작은 아름다움은 사소함이 되었고
이슬 내리는 새벽의 감성은 부끄러움이 되었다.
두 눈에 담지 못한 우주와 이상의 아름다움만을 노래하고
한자로 가득한 그들만의 미사어구를 적는다.
시인의 절반은 장님이다.
남은 시인의 절반은 죽었다.
살아있다면 왜 소리내지 못하는가
입의 거미줄 탓에 입을 움직이지 못하는가
시를 쉽게 써내려가며 부끄러워하던 시인은 어둠속에서 죽었다.
어떤 이유인지 촛불로 밝혀진 빛 속에서도 시인들은 죽었다.
죽은 시인들은 산 흉내를 내기에 바쁘다.
남은 시인의 절반은 죽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살아있는 시인들은 흙 속에 있다.
이름: 박현수
연락처: 010 - 2306- 0769
메일: hyunsupark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