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아타카마 사막 외 4편

by 유토피아 posted Dec 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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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카마 사막>


모래가 붉은 낙타의 고향

밤하늘 유성의 꼬리만큼이나

길게 늘어진 발자국

유일하게 젖어있는 낙타의 눈은

마지막 남은 오아시스

그 생기 없는 바람이 부는 곳에

죽은 눈을 한 것이 황혼

살아서부터 죽을 때까지

낙타는 걸음만으로 제세상

사막의 중심에

세상에서 가장 떨어진 곳에

버려진 작은 나뭇가지만큼이나

침묵이 내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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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


쓸쓸한 모래바람

걸음 없는 여로에 날린다


흔적 없이 온전치 못한 길에

소리가 고여 있다


갈퀴로 긁어내는 울음소리

파고드는 그리움에


굴러다니는 돌 조각들

모두 내 가슴에 들어찼다 


세월로 깎인 그리움

날카롭기 그지 없다 


붉은 것이 흐르지 못하고 

나 역시도 고여 있다


아마도 마음에 다녀간

발자국이 없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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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파란 물감으로 하늘을 칠하지 않은 이유는
그저 푸르지만은 않아서


때로는 붉게 물든 것이
아름다운 청춘이라


나의 젊음 요동치는
어느 겨울날


뜨거운 심장이
손과 발을 굳지 않게

 

눈동자에 담긴
별이 가득한 도시에서

 

나는 그저
하늘을 하늘이라 부르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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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내가 거울을 쉬이 보지 못하는 것은

그 모습이 온전한 알몸인 까닭입니다


부끄럼 없이 봐야 하는 것에

가장 나다운 것이 서있습니다


말도 없는 것이

글도 없는 것이

시도 없는 것이


거울 앞에 선 나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바라보고 있음에

호수와 같습니다


물결이 이는 것은 아마도

눈물이 고인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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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그대는 나의 비망록

첫 페이지에 가련한 두 글자


마음이 타고 남아

잿가루로 남긴 이름


색이 바래고

종이는 너덜너덜해졌지만


변치 않는 그리움은

시간과 평행선을 달린다


방울 방울 떨어지던 눈물이

금새 빗소리처럼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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