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문득 찾아 온 계절에 그대도 문득 찾아왔는지
덤덤하게 견뎌 온 오늘까지의 나를
왜 단 한 마디의 기억으로 무너뜨리는지
참으로 끝까지 매정하십니다
뒤돌아 떠나실 때처럼 차라리 돌아보지마시지
님 계시지 아니하셔도 잘 지낼 거라고 다짐하던
그 무책임함 속에 스며드는 저입니다
어찌 변하신 게 없으신지요
검게 그을린 피부도 날 바라보던 따뜻한 눈동자도
추운 겨울 작은 내 손을 감싸쥐던 커다란 손도
그 때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지만
그 곳에 빠지면 안 된다 되뇌이는 저이지만
그러지 못합니다
나를 향해 작은 사랑이라도 존재한 적이 있다면
그만 놓아주세요 그 품 안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나를 향한 작은 사랑마저 없었더라면, 착각이었더라면
참으로 끝까지 매정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