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하늘에 닿으면 사라지나
하늘에 닿으면 흩어지나
아무리 그렇게 예쁘다 하여도
빨려 들어갈 듯이 바라보면
내가 질투가 나나, 안 나나
너는 세상이 무너져도
하늘의 사랑을 받아
살아날 것이고
너는 하늘이 사라져도
토지의 사랑을 받아
자라날 것이다
너는 그토록 아름답다
안녕
그다지 미련이 있는 건 아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아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길가에 핀 작은 감정도,
하늘을 나는 저 마음도,
하나하나 의미를 담고 보면
그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스스로가 그냥이라고 담았을 뿐이지.
오늘도,
하늘은 너무나도 예쁘고,
지나가는 저들도 예쁘고,
향을 채우는 꽃도 예쁘다.
참 좋은 날이었다.
촛불
너를 켜면
나를 감싸 안을 듯,
퍼지는 온기가 좋았다.
형광등이 없어도 내 세상은 밝았고,
다른 이가 없어도 이 세상이 좋았다.
어두운 창고 속에서
부서질 듯 외치던 그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가 이 세상을 밝히게 해줘.
내가 이 찬 방을 데우게 해줘.
내가 이 공기를 바꾸게 해줘.
나는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제발, 나를 켜줘.
왜 아무도 듣지 못했을까,
그 아름다운 언어를.
왜 아무도 찾지 않았을까,
그 아름다운 불빛을.
너를 킨 것은 나이니
수그러들지 말고
너의 모습을 내비쳐라.
그 아름다운 불빛으로
너를 몰라보던 모두에게
너의 존재를 내비쳐라.
그늘
어릴 때부터 유독 햇빛을 싫어했다.
너무 밝아서, 눈이 따가워서 싫었다.
그저, 그런 이유로 집 안에만 머물렀다.
그 증거로 남은 하얀 피부,
사람들은 모두 물어왔다.
어떻게 그리 하얗냐고 물어왔다.
집 안에만 머물렀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아무도 왜 집 안에만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모두, 원인이 아닌 결과에 집중했다.
나를 알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걸 당연시하다가도 씁쓸해졌다.
내가 숨은 곳은 햇빛을 피하는 그늘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피하는 그늘이었다.
그런
날개가 돋을 것만 같은 밤이다
새하얀 별에 손이 닿아서
사라질 것만 같은 밤이고
거센 바람에 몸이 닳아서
사라질 것만 같은 밤이다
김희민, aaabhy200@naver.com, 010-6376-3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