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차 창작콘테스트 시공모

by 마음볕뉘 posted Jan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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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경(고등학생)



8월 모의고사 사회탐구 1교시 끝나기 3분전에


90일이 남았다. 초조하고 다급하다.

있을까 싶은데 머릿속은 눅진눅진해서

화가 솟구칠 때도 있다-

모의고사를 보는 내내 욕설이 목 끝에서 요동쳤다.

예전과 비교되어 화가 났고, 열이 등줄기에서

번뜩번뜩하여 지금 펜을 들었다.

글을 배설한다는 표현은 약간 꺼려지지만,

지금 내가 딱 그렇다.

짜증을, 화를, 답답함을 배설해내려고

마구잡이로 펜을 놀린다.

아까운 잉크, 아까운 종이, 아까운 시간

33분,33분이 남았다.

좀 있으면

종이교체, 과목교체

과목만 달라진

기약 없는 나의 화,

날갯죽지가 뻐근하다.

날개도 없으면서

느낄 건 다 느끼는

소용치 못한 근육

교실 속 내려앉는 공기가

내 정수리에 눌러앉아

내리깔고, 내리깔아

얼얼한 정수리가 

머리끝부터 목구멍까지

걸쩍걸쩍 건드려온다.


동경


나는

고고하고 순결한 삶을 

살아오지못했음에도

그런 삶을 동경하고

사모한다는 게

큰 불덩이를 안고있는것만

같습니다.

이 시대에서

구속되고

참담한 마음으로,

게으르게 비열하게

하루하루를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눅진한 미래와 

항상 불안에 감켜온 

마음이

나를 녹슬게 하는 한편

참된  시들을 보며

닦아내고, 또 닦아내어

수많은 번뇌를 헹궈내고

있습니다.

무시당하는 것을

언제쯤 당연히

흔쾌히 여길수 있을까요.

자격지심과 열등감이

언제쯤 흥건히 젖어

숙성될 수 있을까요.

아직 내가 나를

이기지못해

나는 나를 위로하고

나는 나를 달래기

바쁩니다.

나는 어리고,

서툴고,

앳되다는 

형용사를 

머금고 있지만,

죄책감이 들어

구역질이 날 것만 같습니다.



무력


황토색 천장.

켜켜이 겹쳐진 천장과 내 사이의 침묵,

무력함이라 함은,

힘이 없다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이 지나치게 무겁고 애타온다.

나는 글을 쓰고 있지만,

나에게 지칭된 주제의식을

깨닫지도, 서술하지도 못하고

깊은 곳에 떨어진 진동벨마냥

들릴 듯 말듯하게 웅웅대는

열정을 

비참하게 견디고만 있다.

인정받지 못하고,

알려지지도 못하고,

그저 속으로 외치기만 하는

비겁자.

소외된 시.

인정받길 원하는게 크나큰 욕심인가.

아니면 더러운 속셈인가.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이런 마음을 감추기 급급하다.

나는 적어도 지금은

물 때 냄새가 지독한

어느 공간 속,

공간 속…….



무늬

발자국 무늬는

무엇으로 새겨져

무엇으로 남겨지는지,

 

하루하루 무늬만을

구경하며, 버텨오고 있다.

 

발자국 무늬는

내가 새겨

내가 남기는 것인데,

 

하루하루 무늬만을

구경하며, 버텨오고 있다.

 

나무의 나이테는

밑둥을 잘라내야만

아는 것인데,

사람으로 태어나

운이 좋게,

자르지 않고도

무늬를 확인할 있다.

 

하루는 환희로 새겨지고

하루는 괴로움으로 새겨지는

나의 무늬,

 

하루하루 무늬만을

구경하며, 버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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