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창작콘테스트-팝콘잡기외 4편

by 나비가날때 posted Jan 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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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잡기

                


타기 직전

푹 퍼져 납작해진 너를

낚아채듯 잡았다

 

마른 옥수수씨앗에 윤기가 돌고

참지 못해 터지는

너와 나의 사랑이 그러했다

번쩍 튀어 올라 부푸는 눈과 몸의 세포를

프라이팬 뚜껑으로 단단히 잡아

너와 나는 팝콘처럼 튀었다

부풀 데로 부풀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사랑은 아삭 달콤했다

 

달콤함이 물리면 시간이 가라앉는다

연기와 같이 뚜껑 안에서

시간은 프라이팬 바닥에 바짝 엎드린다

작자작한 소리를 내는 팝콘은 따갑다

소리가 없으면 검은 냄새가 난다

태우지 않기 위해 뚜껑을 열고

냄새를 뗀다

급한 불은 껐다

  




호기심 없는 종착지

 

 

닭들은 하루도 힘든 적 없었을 거야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닭은 열심히 알을 흘렸을 거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낙이었을 거야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어차피란 말도 모르는 말일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인 줄 몰랐을 거야

 

살아있는 눈이 덮이는 이유를

서로 네발 내발 엉켜 움직이지 못하는 일이 무서운 일이라는 걸

조여 오는 배고픔과 가려움이 밧줄로 묶기고 꺾기는 것을

포대자루 벗기 전에는 알지 못할 거야

무저갱의 구덩이 속으로 내던져 질 때까지 몰랐을 거야

그곳이 한 번도 와 본적 없는

호기심 없는 종착지라는 걸 결코 몰랐을 거야




전화 부스  

    

 

그는 전화였다

전화 부스 안에

밑창이 떨어진 구두였으며

속이 빈 여행 가방이었다

새벽이 낡도록, 닳도록 전화 음은 없다

그러나 그는 전화기였다

붙들다 몇 시간을 걸지 못하고 떠는

손이었다

손등이 헤지고 흘러내렸다

어디로 가야하나

그는 집으로 가야했을까

낡도록, 닳도록 그는 걸어서

속이 비고 열리도록, 장이 비틀거리도록 걸어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을까

집과 그녀의 벌어진 간격이

속이 빈 구두 밑창에서

파르르 떨린다

여행가방의 벌어짐이 맥없이 구두를 받치고

그는 어디로 갔을까

숨이 머지도록 전화는 말이 없다

싸한 바람이 휙

전화 부스를 헤집고 나간다




탈출

 

 

, 거기 선이 안 보이는가

선을 밟았네, 경고네 경고

*HWP 안에서 테두리에 선 없음이네 각진

네모의 투명선이 당신을 둘러싸고 있네

프린트된 몸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눈에 안 보이는 선이 직각선만 있겠나

그래서 나 선을 못 밟고 있다네

경직을 몸에 붙이고 다니네

물컹하게 내 위장을 꺼내고 싶네 터진

찐 만두같이 내 머리도 보여주고 싶네 그려

당신은 모르니 다행이군

 

삑 삑 소리 나는 게 들리지 않나

빨간 금을 밟았네 자네

금기의 선이네

나는 밟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가가지 못하는 것일세

풍선 같이 부풀어 있는 허파를

진정시키는 약이 없나 자네는

알 것도 같네

 

나는 보이지 않는 선이 보이는 선보다 더 보이네

무지하게 터지는 육질의 살들을 신경들이

막아서고 있네

배출구가 없네

자네 먼저 탈출하구려

 

테두리에 선 있음

굵은 지뢰선 49.99mm

 

다시는 발을 들여 놓지 말게나

여기는 깜박이는 삶이네

거기는  

 

* HWP: Hangul Word Processor의 준말





외로움이 삐친 이유 
  
 
 
금식을 하면서 온순한 강아지의 혈기를 느낀다
 한 끼 놓친 강아지의 삐친 눈을 알게 된다
외로움이 삐친 이유를 알게 된다

금식을 하면서 먹어야할 때와 먹지 말아야  때를 알게 된다
먹어야  것과 먹지 말아야  깊이를 알게 된다
 먹으면 이것은 외로움이라는 것을 나도 모르게 알게 된다
채워지는 허기만큼 가려지는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양수민

eye-bird@hanmail.net

010-4568-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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