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회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곰팡내 외 4편

by 검은이름 posted Jan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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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내


피곤함을 더러 느끼며 집으로 가는길

은은히 불어오는 달빛에 눈을  찌푸린다.

문득 그때 길가에 핀 뻘건 곰팡이가 아른거린다

필사적으로 견디어야 했던 집을 벗어나던길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씹어먹는 안줏거리로 ‘턱’ 내놓기에 무리가 없다.

근데 도무지 어떻게 감싸 메어도 곰팡내는 눈앞에서 알랑거린다.


어느새 친구들은 그 뻘건내음 맡더니 금새 눈알이 붉다

근데 뭐 나까지 그럴필요가 있나

지금 술 한잔 안줏거리로 내놓은 내음에

단숨에 다시 필사적이여야 할필요가 있나


차라리 은은한 달빛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길에서 필사적인게 더 맞지 않나



낭만을 사오! 낭만 어디 없소!


주섬주섬 마을 여기저기 널린 고철을 모아

고철상에 가져다 판돈 5000원 손에 말아쥐고

해 뉘였뉘엿 한 그 길을 따라 집으로 간다.

집이라고 해봐야 언덕배기에 자그만 단칸방이지만

집으로 간다 .

태풍의 주변보다

그보다는 나은 태풍의 눈을 찾는것 처럼

불안한 다리를 집으로 집으로간다.


공사장

공사장 짓다만 건물 옥상 땡볕아래서

하늘을 늘 바라 보았다

아니 어디서도 하늘만 바라 보았다


다 같은 하늘인데

이 곳은 그림자도 없어

더욱이 따갑고 정신없다


쉴곳 하나 없는 곳에서

태양에 눈이 타버릴 것 처럼

그렇게 하늘만 바라 보았다.


그렇게 바라고 또 바라보았지만

하늘은 늘 한명의 도망자가 나올수 없이

둥근 팔을 펼쳐 공사장을

감아 쥘뿐이다.


안다. 그림자 없는 땡볕의 하늘을

그림자 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젊은 노동자의 눈

그 것 또한 안다.


불완전 변태


시를 쓰려고 펜을 들면 일단 휘갈기고서는

마음에 들어차게 이 단어 저 단어 끼워 맞춰 시라고 ‘턱’ 내뱉는다.

참 넌 시인되긴 틀렸다는 말이 자연스럽다

겨울엔 그 말이 한숨처럼 닮아 더욱 허옇게 보인다.


아, 이 겨울 허연 한숨을 따라서 길이나 걸으련다.


길을 걷고 또 걸어

사색하는 버릇은 강물에 종이 돗단배 띄운 듯이 정처 없이 어지러인다.

아무생각 없는 듯 그렇게 길을 걷는다.


돗단배가 강둑 나뭇가지에 아슬아슬 걸려

펭귄걸음 걷듯 아래위로 뒤뚱거릴때 씁씁한 맛이 입에 걸리는게 못내 아쉽다.


나이 스무해 넘어 일곱해를 더 넘기고서는

이런 맛 한두번이 아니겠지마는

뭐가 그리 당당한지 항상 올 곧게 그 맛을 전달한다.


문득 종이 돗단배 젖은 밑자락을 보고서 돛단배의 생사에 대해 가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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