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회 창작 콘데스트 시 공모 - 이별

by 유리 posted Feb 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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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쉬이 아스라지니 아름답지 그럼.
내 속에 하나 될 듯 껴안으면 구겨지기 밖에 더하겠소?
비틀어지고 꺾여 구부정해질 거면 차라리 부서지라지. 쨍그랑-!
하는 소리 발악이려나, 싶지 몰라도 글쎄
아마 그건 소멸 전의 우아한 발성일거요

쨍그랑-!

그러면 이네 살결은 소리를 날름 물어
피가 핥아 버얼건 장밋 가루
깨진 조각 사이사이 꾸며놓으면
자그마한 눈물들이 번쩍임을 나는 보아 마음껏
짓이겨 그러면 느이들 제발 소리 내지르지 말어
그래, 너들은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만 봐주어
아름답잖소? 유리라는 것은 깨질수록 내 눈을 부시게 해 허나-
조각조각 주워 담고 싶진 않은 걸

이게 그대와 내가
흰 돌을 갈고 갈아
뜨거운 불에 조심조심 녹이어
하나하나 만든
그 유리라오!

버얼건 물 진득하게 우려내었소
만드는 자 둘이서 뻐얼건 반죽을 종이 삼아 그려내는 것이
나는 맘에 들었는걸

아니 아니
아니
내 맘은 쨍그랑-!
소리에 이미 점령당했소

아스라진 나의 걸작이 내 발 밑에서 마냥 미소 지을 때
그래 나는 그 옛 모습을 그리워하지 않아-
그땐
이 조그마한 별빛들은 없었잖나
흩뿌려진 성수의, 맹물 같은 유혹은 없었잖나
착각 말아 나는 깨진 그 눈빛들이 좋아
빛깔 하나하나까지 마음에 담아둘란걸


헌데 그대
베인 자리 쓰라리진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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