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추웠던 어느 날,
너는 하찮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모두들 마음에 설렘을 심어두고
바라보고 간질이고,
구석구석 훑어낸다.
가슴이 벅차는 숨 가쁜 열기 속,
때로 네 몸에 지워지지 않을
새까만 흔적을 남기고서
흐붓이 바라보는 열 오른 시선에도
너는
너만 알 만한
마음을 갖고서
핏기 없이 그저 하얗다.
더웠던 숨결이
식어지고 뭉쳐지고,
널 닮은 눈송이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다시
추워진 어느 날
너는 귀중한 적이
결코 없다.
<가을 하늘>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랗게 먼 하늘이
오늘따라 참 맑습니다.
마주칠 때 더 뜨겁던
햇살도
마주보고 미소 짓던
구름 속 무지개도
미련 한 점
들고난 곳 없이
바람 한 결에
바스러집니다.
바람 잘 들고
황사 하나 없이
맑게 갠 그 날
당신이 개어 버려
멍든 하늘이
오늘도 어김없이 참 맑습니다.
<봄 안개>
어딘가
애매했어요.
그다지
신경 쓰이지도
않았구요.
애매한 당신의 가슴 속에서
나도 몰래 촉촉이 젖어버리더군요.
시간은 머잖아
뜨거워지고
내 볼은 봄꽃처럼
달아오르고
사르륵 - .
향그러운
아지랑이 소리
아,
당신은
그런 사람이네요.
<짝사랑>
언제부터 있었는지
비밀이 선
날 하나.
마음은 이미
배어 있는데
그틈을 비집고
칼 하나가 섰다.
고집스레 들어선 끝
붉게 묻은 거짓말이,
아니라.
싫노라.
잊었노라.
입술 끝에 번진
거짓말의 끝에
믿노라.
그 한마디
바드랍게 서 있다.
<아지랑이>
말랑해서
그만 녹아버렸다.
따뜻해서
그만 뜨거워졌다.
너는 오래도록 차갑고
나는 한결같이 뜨겁고
너는 잊고
나는 알고
그리고
다 알 것 같던 네 눈빛과
아무도 모를 나 혼자 남았다.
부족한 글이지만 곱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김현숙
010-5917-8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