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유경문
개미들 짐 지고 간다
개미들 어디로 간다
어디로 가니?
개미는 말이 없다
고개를 푹 수그린 채
개미는 말이 없다.
겨울, 그리고 달
-유경문
추위에 떨며 휘적거리는
작은 사람들
그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비춰주는 달
때로는 구름 뒤에서
때로는 빌딩들 뒤에서
아무도 봐 주지 않아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도
그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비추어 주는 달
그 모습이 마치
나의 어머니를 닮았어.
오늘도 실랑이
-유경문
심술장군 왔다 문 열어라
개미들 나온다
나는 어디서 살라고?
심술장군 왔다 집 내놔라
개미들 나온다
나는 어디서 살라고?
심술장군 왔다 허물어라
개미들 나온다
이놈들아 나는 어디서 살라고?
심술장군 갔다 텅 비었다
개미들 운다
아이고,,,,아이고,,,,,
파란 샤프
-유경문
어려서부터 할아버지는
파란 샤프를 사주셨지
머리가 자주 빠지는 샤프들
머리가 빠져도 빠져도
언젠가 다시 끼워져 있었지
늘 끼워져 있는 샤프들 속에서
할아버지의 정성을 보았지.
어려서부터 할아버지는
파란 샤프를 사주셨지
내가 자주 잃어버리던 샤프들
잃어버려도 잃어버려도
언젠가 연필꽂이에 꽂혀있는 새 샤프들
늘 줄어들지 않는 샤프들 속에서
할아버지의 사랑을 보았지.
노인이여, 순수한 노인이여
당신이 언젠가 한 줌의 재가 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해도
난 늘 기억할 거에요
언젠가의 당신을
파란 샤프들을.
당신은
-유경문
당신은
어딘지도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한없이 달려가는
한 마리의 말
당신은
갈기가 찢어지고 발굽이 닳아 없어져도
끝없이 달려가는
한 마리의 비참한 말
당신은
새끼들을 보며 행복의 눈물 흘리던
모진 세상 속에서 끝없이 버텨온
나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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