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창작콘테스트 시공모(사물외 4편)

by 종익 posted Feb 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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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



어둠이 걷히기 시작한다

두 글자가 서서히 드러난다

사물

공간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형상

책장에 비스듬히 잘려나간 책

일그러진 천정,반쯤 구부러진 초침만 도는

동그라미의 사분의 일만 남은 시계는

시차를 남기며 달린다, 잠시 초침 사라지고

이내 나타나 또 직진으로 돈다, 순간 공간은

층층이 바뀌고 사물 형태 각각이 자유다

형상은 엉켜있기도 하고 독립적이기도 하다

사물의 존재방식이리라


어두움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두 글자가 서서히 감추어지고 있다

사물

공간 도처에서 사물은 꼬리를 물며

숨는다 어둠을 향한 시간은 직선으로

돌며 달리고 사물의 형태는 자유롭다


사물은 서로를 기억하고

기억된 나를 꿈꾼다

이밤,나는 

사물과 사랑을 나눈다



                  <상수리 나무 물새 구렁이>




                  밤바람 한 점 눈썹을 띄운다

                  꿈을 꾼 시간 알 수 없다

                  발아래 바위 하나 감싸고

                  나는 지금 여기 서있다

                  까만 물새 한 마리 어깨에 앉았고

                  구렁이 가지를 탄다


                  잠시 눈 감고 뜬다

                  순간 꿈 없어지고,

                  나뭇가지 움켜쥐고

                  나는 지금 여기 서있다

                  밤공기에 깃털 쭈뼛하고

                  발아래 구렁이 한마리

                  달빛 푸른공기 토한다


                  잠시 눈 감고 뜬다

                  순간 꿈 없어지고,

                  까만 가지 미끄러지듯

                  푸른 거죽 밀어 올리며

                  나는 지금 여기 서있다 

                  나무 꼭대기 가지에

                  까만 새 한 마리 앉았다




<거미와 나비가 만난 날>




간 밤에 꿈을 꾸었는데 

삶이 아름다웠어!

거미와 나비가

만난 순간이었고

거미줄덧에 붙어

퍼덕이는 나비 날갯짓은

이내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남는 것은 

허공속 하이얀 자욱 

현과 현사이 화음이

조화로웠어!


간 밤에 꿈을 꾸었는데 

죽음이 아름다웠어!

통통한 거미

배에는 그리움이

하이얀 나비

입가엔 미소가

보였어


저마다의 존재

방식이려니 

하는데!


나비와 거미가 잠시

만났을 뿐인데



<고독>

 



장독대 돌쩌귀아래 납작 웅크려 앉은

동고란 얼골의 안경 잠자리

너의 고독 내가 알 수 있을까!

하늘구름 빛 어린 은빛날개가진 너는

천 년의 기다림이냐!


돌담 벽에 걸려있는 보리베개

너의 고독 내가 알 수 있을까!

간 밤 네 님 속곳 가슴에 품고

깊은 사정의 꿈 간직한 너는

푸른 상쳐냐!


먼 옛날부터 푸른 별 담던

토담 우물

너의 고독 내가 알 수 있을까!

달빛 우는 밤이면 몰래, 구렁각시

넘나드는 목마른 우물인 너는

슬픈 신비냐!


고독아!



<시계>



시계는 돌기만 한다

지구가 돈다

시간이 돈다

시간은 직선을 지향하고 

자정을 향해서

새벽을 향해서


지구가 움직이며

세계에서 멀어진다

시간은

세계에서 멀어지고

직선으로 늘어진다


벽 위의 동그란 시계가 

돌며 직선으로 향한다

사물이 점점점 늘어나고

사물이 점점점 줄어든다


나는 점점점 직선으로 

돌며

직선으로 늘어나고 

직선으로줄어드며 

변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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