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찍는 여인 외 5편

by 황금열매 posted Feb 04,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 셀카 찍는 여인


크리스탈에 비친 노란 조명이 예쁜

갓 내린 원두커피 향이 공간을 가득 채운

고급스런 앤틱 탁자 위에 하얀 연기 피우는

편안함이 지나쳐 나른한 쇼파


편안한 대화와 사랑의 눈마춤이 있는

혼자이기엔 사치스럽고 외로운 카페


그녀는 홀로 셀카를 들여다 본다

화면 안에는 원두향이 스며든 크리스탈 조명이 있고

그 사이로 가을 구름이 복스럽다

위로 아래로, 좌로 우로 각을 달리며

세상없이 행복한 미소 지어

찰칵찰칵, 찰칵찰칵

유심히 들여다 본 설익은 사진

잠시 망설이지만 이내 뽀샵질

너무 예쁜 나머지 민망한 웃음지어 보지만

가슴엔 흐뭇한 만족 가득


이미 식어버린 밍밍한 원두커피 한 모금

그 안에 웃음기 없는 여인의 흔들림

알 수 없는 긴 한 숨

언젠지도 모르게 또 다시 찰칵찰칵



2. 서로 다른 시간


어제까지만 해도 눈 깜짝할 새

오늘은 굼벵이 기어가듯

휴가는 정령 끝난 것인가!


향기에 취해 눈망울에서 유유히 헤엄치더니

손톱을 자근자근 오징어 씹듯 고통스럽네

사랑은 이내 멀리 가버린 것인가!


꿈 많던 시절 아카시아 나무 그늘에서 느린 구름 탓하더니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빤한 내일은 벌써 오늘이네

청춘아 다시 오지 않으련!


나란 사람

어제와 오늘, 거기와 여기

똑같은 모습이건만

생각은 남북으로 쪼개어 내달리는 구나


3. 영생을 사는 영혼이고 싶다


영혼은 유령

육체에 갇힌 죄수

죽은 후에야 자유로이 여행하는

처량한 신세


영혼은 생각

뇌파와 기억이 만드는 허상

육체와 함께 사라지는

의문의 존재


영혼은 영원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기에

누구도 해할 수 없는

영생의 신비


내 안에 있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하지만 누군지 알 수 없는 영혼


영혼에게 물어보고 싶다

내 안에 사는 건지, 그냥 나 인 건지

나와 함께 죽는지, 다른 곳으로 나가는 건지


영생을 사는 영혼이고 싶다



4. 봄은 남자의 계절


졸졸졸 시냇물 흐르듯

짹짹짹 아기새 노래하듯

퐁퐁퐁 꽃망울 터지듯

봄의 문턱은 어느덧 우리 곁에


서슬러펀 동장군도

향기로운 봄의 속삭임에 속수무책 무너지고

먼 길 떠난 줄 알았던 피난민들

스멀스멀 다시 기어 올라오네


공간을 가득 채운 은은한 향기

수줍게 피어나는 연약한 빛깔

귀를 간지럽히는 달콤한 속삭임

남자를 유혹하는 봄이 좋다



5. 우주의 약속


꿈, 사랑, 감사, 긍정, 나눔

우주가 좋아하는 양식


우주는 먹은 대로 싼다

꿈을 먹으면 꿈을 싸고

사랑을 먹으면 사랑을 싼다


우주는 약속한다

감사하는 사람은 감사할 일이 생기고

긍정하는 사람은 긍정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나누는 사람은 더 채워진다고


우주의 약속은 한 번도 어긋난 적 없는 진리

우주는 먹은 대로 싸는 정직의 아이콘



6. 일단 참고 웃어라, 그리고 용서하라


욕 나오게 만드는 사람과

짜증 확 끓어 오르는 상황에 함께 있을 때

일단 참아라

한 번 욕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짜증내고 나면 이내 더 큰 후회 밀려오리니


일단 참고 웃어라

웃음이 안 나와도 웃음 나는 표정으로 웃어라

메뚜기 같은 표정 보고 서글픈 웃음 다시 나와도 또 웃어라

기왕 웃는 거 크게 소리 내 웃어라

한바탕 웃고 나면 맘속 울화 모두 달아나고

욕먹을 사람과 짜중나는 상황이 어느 덧 애처롭게 느껴지리


가소롭고 한심한 지고..


일단 참고, 한바탕 웃어라, 그리고 용서하라

너를 용서하고, 이래야 하는 나를 용서하라



응모자 정보 : 신철호   /   chulhoshin@daum.net    / 010-5574-7615


Articles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