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차는 날
보이지 않는 길에 이끌려
어디로 몸을 가누나.
생각할 즈음
달이 떠오른다.
오늘도 해가 떠서
어디론가 가고 있는
나.
눈을 끔뻑이며 앉으면
눈을 번뜩이며 달려야 하는
나.
무엇이 그리 허기진지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하는
나.
길을 가면 지치지만
암전의 앞을 보며 버티는
나.
이런 나의 모습이
저 달에 맺혀
흐르는 듯 싶다.
달이 떠오른다.
생각할 즈음
어디로 몸을 가누나
보이지 않는 길에 이끌리는
우리.
대치사거리 - 여름
나무는 병들었다.
희끗한 그 모습은
그들이 수십년간 먹은
수억대의 매연
나무는 병들었다.
뻗은 푸르른 손은
그들이 수십년간 잘린
아파트 숲의 잡초
오늘도
나무는 울어댄다.
대치사거리 - 가을
네가
여전히
가시지 않는
여름 더위에
괴로워 하듯
여전히
그 거리에는
거리를 걷는
괴로운 나무.
낙엽이 져도
모자라지 않는 날짜에도
너는 푸름에 괴로워 하며
그 갈색 비를
흩뿌리지 않는다.
낙엽이 져도
아직 끝나지 않은 그날로
너는 그래도 편히 서있지
그 비아냥을
중얼대며 걷는다.
나는
힘든가
너도
힘든가
그 거리의 모든 나무가
힘든가
나는
여전히
너와 그 거리가
괴롭히는
괴로운 나무.
대치사거리 - 겨울
사람들은
허연 숨을 뱉어가며
서로를 외면하며
걸어간다.
나는 그 사이에서
혀연 한숨을 뱉는
또다른 외로움.
앙상한 저 가지는
앙상한 내 마음인가
추워진 거리를
지그시 바라보며
온기를 느낀다.
역설
너는 그 어디에도 없지만
너는 그 어디에도 있다.
사라지길 바래도
사라질가 되뇌는
나의 그 미련함이
나의 그 그리움을
커지게만 만들어
작은 나를 만든다.
너의 생각으로 가득찬
너를 비워내는 머릿속
마치 고장난 시계처럼
매일 반복된 잊는 연습
쓰릴듯 쓸어내는 행복
그러고 오는 안쓰러움.
또 그런 역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