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
朝 月
잿빛 하늘에 짙은 보라가 오고
흐린 은빛의 얇은 달은 떠오른다
달의 길목에, 하늘의 길목에
모든 것들이 어둠을 향할 때
초롱히 빛나는 별 하나
거센 바람에도 초가 가지 않듯
온 하늘이 보랗게 물들었는데
제자리서 초롱히 빛나는 별 하나
길을 잃은 이에게 방위를 알리고
사람을 찾는 이에게 위로를 전하고
흔들림 없이 제자리서 초롱히 빛나는 별 하나
수 년이 흘러 어둠에 밀려도
하늘은 해마다 돌아오니까
여전히 아름다웁다,
흔들림 없이 제자리서 초롱히 빛나는 저 별 하나
얼음장을 안은 사람
朝 月
그는 따뜻한 얼음장을
품는다.
온 몸은 서슬퍼런 기운에
젖는다.
부서질듯한 고통도 없이
갈라진다.
-녹지도 아니하고
그의 붉던 눈알은
언다.
그의 부드럽던 손톱은
갈변한다.
방정맞은 혀는 눈치도 없이
아무렇게나 제 몸을 휘두르다
머리는 뒤늦게 깨달아
다리는 멍청히도 다른 얼음장들을 찾아 배회하다
무릎 아래로는 땅에 붙어버리었다.
-따뜻했던
차운 얼음장 앞에
나의 어린 시
朝 月
나의 삶 마지막 하루
눈 감기 전 다시 편 노트
종잇장을 적신
검은 흑연가루들
삐뚤삐뚤한
나의 어린 시
아주 어린 시
청년이 아이를 보듯
노인이 청년을 보듯
나는 이 시에 하나의 비문을 적겠다
나야,
폭풍에도 견디는 은행나무가 되어라.
철갑 둘렀다는 남산 위에 소나무 되어라.
흔들려도 참아내고
눈물에 젖은,
부들이 되어라.
나를 위해
나야,
이 시를 다시 읽거라.
그리고 나를 보거라.
밤바다
朝 月
짙은색 밤바다 건너에
절영의 불빛이 보인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
등댓불이 날 때린다
파도는 힘차게 울렁인다
꼭, 범들이 사냥하듯
검은 물이 방파제에 부서지면
그 파산은 어찌나 하얗던지
어찌나 하이얀 그 파산은
등댓불에 반짝 빛나고
오륙도의 못난 바위는
해가 나서야 교교해진다
사춘기
朝 月
나무의 눈물에
그 뿌리가 젖어가면
나무의 가지는
조금씩 뻗어나가다
옆 나무 잎사귀
미끄러지며 스친다
어린 나무 자라나니
줄기가 끊어지는 아픔 속에
눈물 흘리며 가지는 위로 계속 뻗어
붉은 열매는 커녕 푸른 잎 하나 자라지 아니하더라
와 나무는 삐딱하나
와 나무는 삐딱하나
굽어진 나무 옆에 나는
그와 함께 눈물의 홍수를 쏟는다
우리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
우리의 뿌리와 우리의 발과 땅과 맘을 적시우면
우리의 가지와 우리의 팔은
서로를 맞당겨잡는다
그제야 어린 나무에는 파아란 씨눈이 돋고
그제야 어린 나에게는 발그레 미소가 퍼져
서로의 마음이 합하여 어린 빗물을 내리었다
나무의 눈물에
그 뿌리가 젖어가면
나무의 가지는
조금씩 뻗어나가다
옆 나무 잎사귀
미끄러지며 스친다
본명 : 김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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