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라는 새벽
제게 오는 당신이란 새벽을 끝끝내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 새벽을 살포시 걸어봤어요
깜깜한 새벽 속에 적막하게 흘러내리는 가로등 불빛이
그대의 기억마냥 눈물에 희미하게 번져가요
차디찬 새벽바람은 그대와의 추억을 데려와
풀어헤친 하나의 단추 사이로 서럽게 스며와요
하지만 다짐할게요
이젠 더 이상 그대없이 맞이하는 아침을
막연하게 두려워하며 눈물보이지 않겠다고
초생달 떠오르면 한입가득 달빛 머금고 그대라는 새벽이 올테니
그대도 아름다운 새벽녘의 끝에서 날 바라볼테니
끝과 결말
끝이란 말은 너무 허무해
준비도 못했지만 갑작스레 맞이한
아니 어쩌면 더 이상 당신과 교차할 수 없는
그런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줄 몰라
결말이란 말은 너무 비극적이야
어차피 오지만 아직은 오지 않은
그 비참한 설렘을 가늠할 시간을 주잖아
그래서 우리의 이별은 열린 결말이라고 말할래
서글픈 웃음 지어보이며 당신도 나도 그 누구라도
그 웃음을 정의할 수 없게 말야
잔향
‘헤어지자’
당신이 내뱉었던 그 한마디의 과장된 평서문
몇 달이 지나버린 아직도
그 지독한 잔향이 지워지질 않아
아침에 눈뜨면 눈가에 흘러내린 그리움에
자기 전 눈감으면 당신과의 추억에
숨을 들이쉴 땐 체념을
숨을 내쉴 땐 후회를
그러다보니 어느덧
그 미치게 지독했던 잔향조차 내 것이 되었다
그대에게
그대여 고독은 즐기되
가을날 마른 낙엽처럼 쉽게 바스라지지 마시오
그대에게도 생기넘치는 푸른 이파리였던
따스했던 봄날이 있지 않았소
그대여 잠깐 떨어져서 빗자루에 쓸려 버려지는
그런 낙엽이 되진 마시오
오 헨리의 소설에 나오는 마지막 잎새
그 마지막 잎새가 되길 바라오
그대여 가을처럼 오늘처럼
그렇게 그렇게 부디 스쳐 지나가시오
현관을 열면
‘끼이익’
현관문을 열었을 때
갑작스레 느껴진 그로테스크함에
깜빡잊고 당신을 그 거리에 두고 왔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침착하게 생각을 해보지만
대뇌 피질을 뒤덮은 피곤함이
망각만을 쏟아냈다
‘지금 당장 뛰쳐나가면 당신이 내 기억의 끝자락에 그대로 존재할까’
이미 내 모든 근육은
추위와 권태로 강직되어
현관문을 다시 열지 못했다
미안, 이번에도 당신은 아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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