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회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그대라는 새벽 외 4편

by 지나가던시인 posted Feb 06,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대라는 새벽

 

제게 오는 당신이란 새벽을 끝끝내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 새벽을 살포시 걸어봤어요

 

깜깜한 새벽 속에 적막하게 흘러내리는 가로등 불빛이

그대의 기억마냥 눈물에 희미하게 번져가요

 

차디찬 새벽바람은 그대와의 추억을 데려와

풀어헤친 하나의 단추 사이로 서럽게 스며와요

 

하지만 다짐할게요

이젠 더 이상 그대없이 맞이하는 아침을

막연하게 두려워하며 눈물보이지 않겠다고

 

초생달 떠오르면 한입가득 달빛 머금고 그대라는 새벽이 올테니

 

그대도 아름다운 새벽녘의 끝에서 날 바라볼테니

 

 

끝과 결말

 

끝이란 말은 너무 허무해

준비도 못했지만 갑작스레 맞이한

아니 어쩌면 더 이상 당신과 교차할 수 없는

그런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줄 몰라

 

결말이란 말은 너무 비극적이야

어차피 오지만 아직은 오지 않은

그 비참한 설렘을 가늠할 시간을 주잖아

 

그래서 우리의 이별은 열린 결말이라고 말할래

 

서글픈 웃음 지어보이며 당신도 나도 그 누구라도

그 웃음을 정의할 수 없게 말야

 

 

잔향

 

헤어지자

 

당신이 내뱉었던 그 한마디의 과장된 평서문

 

몇 달이 지나버린 아직도

그 지독한 잔향이 지워지질 않아

아침에 눈뜨면 눈가에 흘러내린 그리움에

자기 전 눈감으면 당신과의 추억에

 

숨을 들이쉴 땐 체념을

숨을 내쉴 땐 후회를

 

그러다보니 어느덧

그 미치게 지독했던 잔향조차 내 것이 되었다

 

 

그대에게

 

그대여 고독은 즐기되

가을날 마른 낙엽처럼 쉽게 바스라지지 마시오

그대에게도 생기넘치는 푸른 이파리였던

따스했던 봄날이 있지 않았소

 

그대여 잠깐 떨어져서 빗자루에 쓸려 버려지는

그런 낙엽이 되진 마시오

오 헨리의 소설에 나오는 마지막 잎새

그 마지막 잎새가 되길 바라오

 

그대여 가을처럼 오늘처럼

그렇게 그렇게 부디 스쳐 지나가시오

 

 

현관을 열면

 

끼이익

 

현관문을 열었을 때

갑작스레 느껴진 그로테스크함에

깜빡잊고 당신을 그 거리에 두고 왔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침착하게 생각을 해보지만

대뇌 피질을 뒤덮은 피곤함이

망각만을 쏟아냈다

 

지금 당장 뛰쳐나가면 당신이 내 기억의 끝자락에 그대로 존재할까

 

이미 내 모든 근육은

추위와 권태로 강직되어

현관문을 다시 열지 못했다

 

미안, 이번에도 당신은 아니었나보다



# 응모자 성명 : 권 용재

이메일 주소 : kyj486255@naver.com

전화번호 : 010-2445-5579


Articles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