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찔찔이와 못난이 글씨
받아쓰기 하는 날이면 100점을 받던,
못난이 글씨로 들려오는 글자를 옮겨 적던 코찔찔이가
어른이 되었다.
못난이 글씨 고쳐보겠다며 연습을 하던 그 아이는
더 이상 흰 종이와 몽당연필 한 자루 쥐지 않는다.
언젠가 글씨 쓸 날이 있으면
휴대폰으로, 노트북으로
반듯하기만 한 글자를 써 내려간다.
어른이 된 코찔찔이는 가끔
펜을 들고 한 자 한 자 그 시절을 끄적인다.
가는 세월에 물든 글씨가
예쁘지만 못났다.
구름
모이자, 모여
우리 한 몸 되면 무엇인들 못하랴
훕훕한 날 아지랑이 기색을 하면
목마른 땅에 비가 되어 잔뜩 적시고
차디 찬 못된 바람 기승을 부리면
서늘한 땅에 눈이 되어 두툼한 솜이불 되자
모여라, 모여
우리 한 몸 되면 무엇인들 못할까
봄, 그리고 새야
새야- 이리 오너라
얼굴에 세월 꽃 폈을 그이 소식 가지고 왔느냐
그의 그리움이 옥 닮은 상공(上空)을 가로질러 왔구나
새야- 예 와 쉬거라
네 앉은 자리 옅은 온기에 쑥국화향 어른거린다
멍울진 가슴 한 켠 아물어간다
새야- 훠이 가거라
저 편으로 갈 때에 여기, 이곳의 봄을 그득히 안고 가거라
같은 하늘서 함께 할 수 없는 그이에게 이 봄을 전해주어라
새야, 새야- 우리 다시 만날 날엔
너의 양 날개에 어려있는 봄 한 자락으로 피어난
노오란 쑥국화 언덕, 그곳에서 보자꾸나
눈
눈이 내린다
하늘을 무대 삼아
살랑살랑 춤을 춘다
많은 사람들 머리 위에서
아래로, 아래로
왈츠를 춘다
아무도 보는 이 없어
낙심한 눈은
시린 마음 가득 안고
사람들은 왜 춤을 모를까
더 아래로, 더 아래로
두터운 의문이 쌓인다
흙먼지 대왕
바람 하나 불어온다
작은 바람, 큰 바람이 되어
흙먼지를 데려온다
그네들이 나를 덮친다
흙먼지 대왕이다
나는야 흙먼지 대왕
앞만 보고 내달리며 자취를 남긴다
문득 뒤돌아 본 세상은
온통 회색 빛, 먼지에 뒤덮여
아무것도 없다
바람 하나가 분다
내 앞을 스쳐가는 바람에 내가 비친다
그제야 나는
머리에, 어깨에, 그리고 마음에 쌓인
거대한 흙먼지를 투욱, 툭 털어낸다
응모자 성명: 임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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