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코찔찔이와 못난이 글씨 외 4편

by 3월이 posted Feb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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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찔찔이와 못난이 글씨


받아쓰기 하는 날이면 100점을 받던,

못난이 글씨로 들려오는 글자를 옮겨 적던 코찔찔이가

어른이 되었다.


못난이 글씨 고쳐보겠다며 연습을 하던 그 아이는

더 이상 흰 종이와 몽당연필 한 자루 쥐지 않는다.

언젠가 글씨 쓸 날이 있으면

휴대폰으로, 노트북으로

반듯하기만 한 글자를 써 내려간다.


어른이 된 코찔찔이는 가끔

펜을 들고 한 자 한 자 그 시절을 끄적인다.

가는 세월에 물든 글씨가

예쁘지만 못났다.








구름


모이자, 모여

우리 한 몸 되면 무엇인들 못하랴


훕훕한 날 아지랑이 기색을 하면

목마른 땅에 비가 되어 잔뜩 적시고

차디 찬 못된 바람 기승을 부리면

서늘한 땅에 눈이 되어 두툼한 솜이불 되자


모여라, 모여

우리 한 몸 되면 무엇인들 못할까








봄, 그리고 새야


새야- 이리 오너라

얼굴에 세월 꽃 폈을 그이 소식 가지고 왔느냐

그의 그리움이 옥 닮은 상공(上空)을 가로질러 왔구나


새야- 예 와 쉬거라

네 앉은 자리 옅은 온기에 쑥국화향 어른거린다

멍울진 가슴 한 켠 아물어간다


새야- 훠이 가거라

저 편으로 갈 때에 여기, 이곳의 봄을 그득히 안고 가거라

같은 하늘서 함께 할 수 없는 그이에게 이 봄을 전해주어라


새야, 새야- 우리 다시 만날 날엔

너의 양 날개에 어려있는 봄 한 자락으로 피어난

노오란 쑥국화 언덕, 그곳에서 보자꾸나









눈이 내린다

하늘을 무대 삼아

살랑살랑 춤을 춘다

많은 사람들 머리 위에서

아래로, 아래로

왈츠를 춘다


아무도 보는 이 없어

낙심한 눈은

시린 마음 가득 안고

사람들은 왜 춤을 모를까

더 아래로, 더 아래로

두터운 의문이 쌓인다








흙먼지 대왕


바람 하나 불어온다

작은 바람, 큰 바람이 되어

흙먼지를 데려온다

그네들이 나를 덮친다

흙먼지 대왕이다


나는야 흙먼지 대왕

앞만 보고 내달리며 자취를 남긴다

문득 뒤돌아 본 세상은

온통 회색 빛, 먼지에 뒤덮여

아무것도 없다


바람 하나가 분다

내 앞을 스쳐가는 바람에 내가 비친다

그제야 나는

머리에, 어깨에, 그리고 마음에 쌓인

거대한 흙먼지를 투욱, 툭 털어낸다








응모자 성명: 임세희

이메일 주소: limseh5240@naver.com

연락처: 010-3663-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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