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이별 외 3편

by 김현빈 posted Feb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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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어느 가차운 언덕을 지날 적에

 

지난 낮의 온기를 잊은 듯

써느런 밤처럼 찾아와

적막히 어두워버리고

홀연히 차가워지면

기어이 부서져버리는

황혼기의 볕

 

조각 볕이 흩뿌려진 야공을

한 움큼 모아 쥐려다

얼음 쪽처럼 우수수한 밤이다

 

방울은 아랫눈시울에 모여들고

 

 

 

새벽까지

해 질 무렵

태양은 집에 들어가고

홀로 남아

점점 식어가는 나

 

시간이 멈춘 듯한 그네에 앉아서

휘파람 독주를 시작한다

 

심심한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끼릭끼릭 서서히 그네가 움직이면

점차 모여드는 심야관객들

 

냉정하던 달이 눈뜨고

외지에서 광속으로 달려온 별들

 

그들과 체온이 같아져 가는 오늘 밤

산득한 땀을 흘리며 나 오늘 잠은 없으리라

 

동 트기 전이 가장 춥다고

태양이 나를 꾸짖으면

먼저 귀가한 그를 탓해야지

 

불 꺼진 세상에

빛나는 샹들리에

고요한 한밤에

더욱이 밝아지네

 

 

 

 

눈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다

낭만과 손을 잡고

차분히 내려앉는 모습이

 

칼을 든 노병이 찾아와

살을 베어내는 때부터

냉정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한여름의 장댓비는 그래도

달아오른 뜨거움을 식힌 것일런데

 

한파 속에서 고요히 그리고 차갑게

너는 나에게 작별을 고한 것이었더라니

 

 

 

 

창문

버스 창가에 앉았는데

문득 온도 차를 실감했다

 

눅눅한 거동으로

젖은 우산 내려놓고

뿌얘진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나는 사랑이 생각난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시작된 온도 싸움

사실 싸움보단 기다림이 맞겠다

 

누가 더 차갑든지 온하든지

온도차이가 벌어지지만 않았더라면

희미하게 못보게 될 일도 없었으리라

 

유리벽이 색칠되는 동안

주머니에 숨어있던 손이

따뜻하게 흔들어보았으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

 

감히 창문을 열어제낄

용기는 내게 없었던거라

 

 

성명 : 김현빈

연락처 : 010-2521-7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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