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소묘 시간때 뭉툭한 4B연필을
니 옆자리에 앉아서 깎다보면
넌 항상 핀잔을 주며 대신 깎아주었다
지금도 연필 깎는 것이 서툰
나는 어쩌면 너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라
그 때 난 내가 평생 연필 깎는게
서툴었으면 하고 바랬거든
나선형의 마음이
돌고 돌아서 내게 날아왔다
그 마음은 사계같기도
미지근한 명왕성 같기도해
고백
내 사춘기는 우울하고 지루해
초침에 이끼가 껴있었어,
남들보다 많은 중력이 날 압박하는 행성에서
혼자 청소년기를 걸었다고
그래서 난 니가 필요했어
그 어떤 시간도 빨리 가게 하는
나의 상대성 이론
첫사랑이란 이름의 작은 별
언어의 말
웃는다 글자가 너를 따라 산들산들
꿈꾼다 언어가 너를 닮아 뭉게뭉게
숨쉰다 단어가 너를 따라 반짝반짝
네게 갇혀 사는 나의 오늘 하루 매일
낮달
반짝이는 꼬리가 긴
혜성이 군청색 하늘과
맞닿아 맑은 소리를 내고
난 그걸 읽으며 풀벌레들과
세상에 대한 외로움을 지웠다고
조각난 눈꽃을 맞추다
한여름 손에서 입김이 나오길래
나 꿈인 줄 알았고
잠들고 싶은 한 낮에
아지랑이에서 향이 나길래
여기 꿈 속인가 싶었고
반달이 점점 커져
결국 별들로 흩어지기에
곧 꿈에서 깨는구나 여겼고
내 발이 향해 갔지만
도통 디딜 수 없어서
너 있는 곳임을 알았다
응모자 성명: 양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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