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자리 -
내 꽃은 둘 곳이 없다
물 주고 사랑 주어도
얇기만 한 내 꽃은
바람 한 번이면 고개를 들지 못한다
내 꽃은 둘 곳이 없다
구름의 높이가 바뀌어도
내 꽃은 그대로요
그저 무뎌져 버린 이파리만 흔들릴 뿐이다
내 꽃은 둘 곳이 없다
서러운 잎새
은행나무에 답을 물어도
떨어지는 노란빛에
그는 굳은 입술 열지 못한다
내 꽃은 둘 곳이 없다
아름다운 그녀의 자태는
도라지꽃, 눈물이 많아
그 옆자리에 내 꽃 심을 수 없다
- 달이 뜬 밤에 -
해가 지고 달이 뜨면
그제서야 보이는 엄마의 눈동자
해가 지고 달이 뜨면
그제서야 보이는 엄마의 주름
달이뜨면 달이뜨면
그제서야 보이는 닳고 닳은 우리엄마 무릎
해가 떴을 때 난
보지 못했네
해가 떴을 때 난
밝은것만보았네
밝은빛에가려진 어둠을 보지못한 나는
달의 세심함을 쫒아가지못했네
- 모래성 -
햇빛을 조명삼아
모래알을 하나하나
조심스레 모아 본다
반짝임에 감탄하며
모래성을 높이높이
조심스레 쌓아본다
내 모래성은
파도가 휩쓸어가고
어둠이 휩쓸어갔다
괘씸한 마음에
더 높게 더 높게 쌓아 올린 내 모래성은
파도도 , 어둠도, 바람도 아닌
나의 손등에 무너져 내렸다
- 그 이유 -
내가 꽃이였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못생긴 들꽃이라 한들
당신의 시에 아름답게 쓰일 수 있을텐데
내가 꽃이였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한줌의 생명이라 한들
당신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텐데
내가 꽃이였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외로운 길이라 한들
당신의 벗이 되어줄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