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인생의 쓴 맛은 싫다면서
커피의 쓴 맛은 좋다더라
인생의 뒤안길은 모르면서
커피의 씁쓸함은 풍미(風味)란다
고달픈 인생 달래는 건
쓰디 쓴 커피 한 잔
밝은 웃음 각설탕 삼아
내 인생 휘휘 저어볼까나
가회동 언덕길
회색 빌딩숲 찻길 하나 건너
높은 언덕 굽이굽이 물결치는 색동기와
골목을 접어들면 고가구 골동품에
앉으면 코 닿을 량 비좁은 커피숍들
허름한 이발소 삼색간판 돌아가고
알록달록 불량식품 잡동사니 문방구
전봇대 전선 위로 놀러나온 아기노을
까막까치 지지배배 어울려 노니는 길
행여 이길 끝날쏘냐 동동거리다
창에 어린 낯설음에 우두커니 멈춰서니
발갛게 들뜬 맘 늘상 예 있거늘
등굣길 책가방은 온데간데 없고나...
자족(自足)1
난(蘭) 뻗으니 꽃대 오르고 술 익으니 국화 물든다
달 밝으니 산세 신령하고 먹 가니 구구절절 시(詩)로다
흥이 다하고 벗이 따르니 구할 바 만무(萬無)하다
자족(自足)2
농묵(濃墨)으로 산 그리려다 흰 안개로 먹 가리고
담묵(淡墨)으로 님 그리려다 그리움에 맘에 묻네
보이는 것 하나없으되 공(空)과 같아 가득하다
자족(自足)3
정한(情恨)이 솟아올라 우환이 끝이 없고
식탐이 넘쳐나니 질환이 발생하네
고요한 산방에 오고가는 사람없이
차 한잔에 自足하니 무사태평이로다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없다없다 아우성
내것 네것 가리느라 핏발세워 아우성
온 누리 살리는 해님은 그 볕이 가이없고
어둔 밤 밝히는 달님은 초연히 적막할 뿐…
제 15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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