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회 창작콘테스트 시공모 / 동굴 외 4편

by 백목련 posted Feb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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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굴

 

지하 암체에서

몸을 동글게 웅크려

보이지 않는 세월을 지탱한다.

 

파랑波浪이 이는 세월 속에서

강물은 순결을 말하고

무용한 한 사내의

썩어서 문드러진 뼈와 살을 드러낸다.

 

아니

겨울 습기와 재,

그리고 낙동강 거북이를 말하리라.

 

검고 긴 어둠 그 곁에

무용한 한 사내의 반쪽이

세월에 잠기어 서 있다.




2. 바위

 

짓눌린 그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서투른 병정처럼

우두커니 서 있을 수 있었다.

 

네 숨결이 처음 놓이던 그 자리에

이제 더는 이끼가 끼지 않으리라.

 

냇가 옆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이 달빛의 위도는 어디던가.

 

가냘픈 달빛에도 으스러지는 살이니

가슴에는 뜨거운 한 줄기 눈물과

너의 향수鄕愁를 나의 발에 적셔주려무나.

 

그것은 짓눌린 그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병정의 가슴에 젖어드는 붉은 피요,

꽃이었더라.




3.  조국

 

내 마음 한 폭의 화지에

찾는 이 없는 아로새김

걸려 있더라.

 

스스로의

열정과 회한悔恨을 이기지 못한

신념의 감방에서

나는 통곡하여라.

 

인간애는 끝이 났는가.

통곡도 다 못하여

한 많은 두 자

한 폭 한 폭 애정이어라.

 

걱정스런 가무와 연주가 파하면

보는 이 없는 감방에서

가루가 되어 부서지리라.





4.  자유

 

가로등불 켜진 공터에

거미줄같은

촘촘한 어둠에 숨이 막힌다.

 

거미는 지각知覺 없는 매도罵倒를 향하여

정열의 자취를 써내려간다.

 

통통한 손길과

긴 하품의 연속 끝에

어둔 천장에 희뿌연 꿈을 수놓았다.

 

, 나는 내 하나의 저항도 없이

무수한 꿈틀거림으로

창망悵望한 달빛에 눈물짓는다.

 




5.  민들레

 

비가 오고 눈이 나린다.

봄이 오고 벌이 날아든다.

 

민들레 한평생이

그렇게 더해진다.

 

절로 난 흐름의

바위틈 박토에,

 

근심을 씻기우고 때를 잊고

또 제 혼자

바쁘게 몸을 가누는 꽃이여.

 

얼마를 더하여야

세상을 알 수 있으리

 

눈이 흐려지면

밝아지는 이치,

 

이것을 무엇이라 하랴

적당한 홀가분함으로

다만, 살아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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