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제주도 외 4편

by 시심이 posted Feb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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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 현석

 

먹구름 걷히려는

제주의 가을 오후는 바람이 쎈데

달 길의 끝이라는 애월 방향에서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는 현충원 비문처럼

영원과 변화의 가치를

이리 저리 길 따라 더듬어 보네.

 

까마귀 심히 울던 날.

한라산 길은 완만해도 멀고 지루한데

내려올 것을 알면서도

모르니 올랐지 알았다면 가지 않을 것을

인생도 꼬였다지만

깊이 반성하면 스스로 꼬았던 건 아닌지

 

거실에서 잠드니 창문 밖에서

들여다보고 지나고 들여다보고 쉭 지나는 하얀 물체들.

이곳은 민족의 시련이 마지막으로 닥치는 곳.

그래서 오랜 세월 바람이 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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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현석

 

나무에 매달려 죽도록 맞다 끈이 풀려서

눈에 광기를 띠고 도망가던 누렁이.

따라가던 주인의 목소리와 손짓에

피 쏟으며 꼬리 흔들고 다가온 누렁이는

다시 매달려 컹 소리 한번 내곤 죽었지요.

 

그런 누렁이를 맛있게 뜯어먹던 동네사람들.

 

안내방송을 따르던 승객들은 타서 죽고

어른들 말을 잘 듣던 아이들은 수장되고

 

인간의 욕심이 업이 되어 비극을 부릅니다.

 

 

 

 

 

 

 

 

 

 

 

 

 

 

 

 

 

 

슬픈 추석

 

서 현석

 

누이 없이 자란 조카들이

왔다 간 저녁에 비 내리고

 

용돈이고 선물이고

제대로 챙겨 준 것이 없어서 쓸쓸한데

강아지가 발로 토닥여 주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천당에 가기에는 염치없고

지옥에 가기에는 억울합니다.

 

어린 날

하루는 착하게 살고 하루는 나쁘게 살면

이다음에 어디로 갈지 궁금한 적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지옥이었습니다.

선악으로 장난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연이은 실패 앞에서는

인생에 정답이 없잖아 하며 살았습니다.

그 결과 인생이 뒤죽박죽되었습니다.

 

세상 떠날 즈음

천당과 지옥도 없을 거라는 느낌이 짙어지다

허무만이 남지만

아기나 새싹을 보면서 다시 희망을 가지다

눈감겠죠.

 

파쇄

 

서 현석

 

살아서는 몰랐던 이의 장례를 은밀히 치른다.

얼굴이 바뀐 자의 옛 모습을 지우며

먼 나라로 떠난 옛 이름의 기억을

윙윙 바스락 바스락 부순다.

 

플라스틱 비선에

사진과 숫자와 글씨로

살아서 다른 눈들에 자신을 내보이던 사물의 마지막 의식.

 

 

 

 

 

 

 

 

 

 

 

 

 

 

 

 

 

 

 

 

 

 

 

 

무엇이고 남기지 마라

 

서 현석

 

사는 동안 내 것은 없다고 끝없이 생각해 보니

 

마음도 존재도 사랑도 자식도 재산도 아무 것도 없었구나.

 

자기 자신의 인생 또한 본디 없었던 것이니

 

무엇이고 남기지 말라.

 

숨 쉬는 동안 희망이 있었거나 없었거나

 

본디 없음으로 돌아가누나.

 

살아온 날을 기록하지 말며

 

지는 낙엽처럼 흙이 되는 주검처럼

 

그냥 조용히 왔다 갈 일이다.

 

 

  

 

 

 

제출자 서현석

휴대폰 010-8794-4333

이메일 ioio131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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