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아버지 외 4편

by 순둥바라기 posted Feb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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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 말씀 따르기를

하나님 말씀 따르기와 같이 여겨

착하고 훌륭한 딸로 자라고 싶어

아무리 역정 내셔도

그 말씀 잘 따라왔는데

하나님 아버지,

제 속에 악이 들어찼습니다.

 

너무나도 어린 양으로 제 엄마를 잃어 불쌍한 삶

구원하여 살피어 주시고

사랑하는 아내 잃은 딱한 우리 아버지

함께하여 그의 외로움과 괴로움

감히 제가 달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죄로 벌을 받았습니다.

 

안타깝지도 않으십니까.

어이 우리 아기가 안타깝지도 않으십니까.

 

하나님 아버지,

진정으로 저를 굽어 살피신다면

제 속에 악을 들어차게 하였는데

금기의 선을 넘은 악행으로 하여

죄 지은 자를 구원하여 주소서.

 

이미 어미 잃은 슬픔을 알기에

차마 우리 아기에게는 아비 잃은 슬픔을

안겨줄 수 없습니다.

 

비록 죄 지은 자지만

불쌍한 우리 아버지 구원하시어

제 속의 악이 선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공부




글씨를 써가던 펜을 떨구고

고개를 들어 문득 -생각-에 빠졌다.

 

-생각-이란,

수많은 교재에 짓눌려

나와 함께 노오력의 숲에서

길을 잃었던 자아 정체성.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숨을 쉬면서 -공부-를 한다.

 

-공부-란,

현실의 두려움에 승복함이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하여

지금까지 해왔던 노오력들.

 

그래, 나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었어.

딴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의지가 부족해서야.

부모님이, 선생님이, 또 어른들이 그랬어.

너의 -생각-은 하찮은 것이고,

너의 -공부-는 위대한 것이라고.

 

그래, 나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었어.

-생각-으로써 괴로워도 -공부-해야지.

-생각-으로써 아파도 -공부-해야지.

누군가 -생각-의 편을 들어 -공부-를 부정하는

그런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부모님이, 선생님이, 또 어른들이 그랬어.

 

그래, 나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었어.

 






작은 나무, 어머니




아프다.

많이 아프다.

내 맘이 많이 아프다.

너 때문에 내 맘이 많이 아프다.

아파하는 너 때문에 내 맘이 많이 아프다.

맘 아파하는 너 때문에 내 맘이 많이 아프다.

맘 때문에 맘 아파하는 너 때문에 내 맘이 많이 아프다.

못난 맘 때문에 맘 아파하는 너 대문에 내 맘이 많이 아프다.

내가 네 맘이라 미안해

엄마가 정말로 미안해







이것은 시




이것은 시다.

시라고 하긴 민망하지만 아무튼 시다.

세계를 뒤흔들 창의력으로 만들어 낸,

이것은 시다.


그러나 이것은 시가 아니다.

시가 아니라고 하긴 민망하지만 아무튼 시가 아니다.

창의력이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그저 단순할 뿐인,

이것은 시다.


이것은 창의력이다.

창의력이라고 하긴 민망하지만 아무튼 창의력이다.

세계를 뒤흔들 시의 이름으로 탄생한,

이것은 창의력이다.


그러나 이것은 창의력이 아니다.

창의력이 아니라고 하긴 민망하지만 아무튼 창의력이 아니다.

시라는 예술과 함께 등장했을 뿐인,

이것은 창의력이 아니다.







무(無)






1초가 흘렀다.

2초가 흘렀다.

3초가 흘렀다.

4초가 흘렀다.

.

.

.

30초가 흘렀다.


진짜로? 이걸 읽는데 30초나 흘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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