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람 외 5편

by 짙은노을 posted Oct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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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바람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소년의 눈꺼풀에 구름이 촉촉이 내려 앉는다

 

소년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봄바람이 소년의 볼을 자꾸만 간지럽혔기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렇게 실컷 웃다가 봄바람과 눈이 마주쳤다


봄바람이 싱긋 웃었다 

소년도 따라 웃었다



민들레


형형색색의 화려한 들판 속 

홀로 핀 흰 민들레는 아무 말이 없다

 

다른 꽃들이 앞 다투며 진한 향기로   

나비를 유혹하는 동안


그녀는 새들과 함께 왈츠를 추는 꿈을 꾸었다




안개꽃


나는 안개꽃이 되고 싶다

꿀벌들이 달콤한 몸짓으로 장미를 에워싸며 유혹하는 사이에


나에게 살며시 다가와준 고마운 바람에게

하얀 미소를 속삭이고 싶다



지독한 사랑


네가 머물던 자리엔

짙은 어둠만이 깔렸다

 

하지만 그 어둠마저 

매일 밤 날 짙은 고독으로 에워싸는 그 어둠마저

 

네가 남긴 흔적이라고 내심 만족하고 안심하는 

난 이성을 잃은 걸까


아니

나는 기쁜 혼돈에 빠진 것이다


나만의 방식으로

또 다시 너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저녁놀


산들 바람 불어오던 들녘에

저녁놀이 그윽이 퍼지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태양이 한 방울 톡 떨어트린 것뿐인데

노을 기특하게 제 알아서 은은한 향기를 세상에 흩뿌린다

 

동네 아이들에게마저 백수라고 놀림받던 취준생 박씨도  

가게를 열던 포장마차 젊은 사장 김씨도

 

모두가 멈추어 그 아름다운에 젖어든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세상이다




허상

 

사람들은 허상을 본다

당신이 오늘 본 그 사람은 당신이 어제 봤던 그 사람과는 다르다

우리가 이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저렇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것들을 믿지 말라


지금 당신 앞에서 웃고 있는 사람의 눈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아라

그 사람은 정말 웃고 있는가


모든 것은 흔들린다

모든 것은 불안정하다


그리고 우린 사실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부디 누군가가 조금 변했다고 하여

당신의 그 칼날 같은 눈빛으로 정죄하지 말라


모두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모두 그렇게 살아가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