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가벼움
이 가벼운 피로를
오늘도 한 줌 더 짊어진다.
무뎌짐이 아니리.
가벼워서,
너무 가벼워서,
단지 지나친 가벼움 뿐이리.
한 뼘만 더
낮아질까 두려워
한 뼘, 안간힘을 다해 까치발을 든다.
뒷꿈치가 닿아버릴 땐
내가 왜 이리도 자그마하게 느껴질까.
까치발을 들어 딱딱한 천장을 머리에 인다.
까치발을 들어 넓은 하늘을 머리에 인다.
속눈썹 사이 눈물 한가득
기다리던 어둠을 배경 삼아
귀에 꽂은 이어폰을 벗 삼고
함께 흥얼거리다,
애써 피하던 이별 노래가
제멋대로 흘러 나오면
눈동자는 괜히 허공을 향하고,
쓸데없는 공감으로
한 자 한 자 머리를 울리는 가사에
괜시리 눈을 감고,
전혀 단단치 않은 창살 틈으로
있는 힘껏 밀며
어떻게든 비집고 나오려는
안녕을 풀어주니,
이내 안쪽 깊숙이의 안녕까지
달려 나온다.
떼로 남긴 발자국마저
흔적 없이 지우니,
그제야 홀가분해 미소가 지어진다.
안녕아, 안녕히.
우리도 꽃 피우자
봄 맞이 핀 꽃 옆에서
우리도 피우자.
샘낸 한기가 찾아와도
아랑곳 않고 껴안을 꽃 피우자.
지지 않는 꽃으로,
얼지 않는 꽃으로,
활짝 필 꽃으로.
내가 널 찾는 이유
깊디 깊어 발도 안 닿는 바다에
벌러덩 누워 둥둥 떠다닐 때면
세상 어떤 여유가 이보다 대단할까.
검은 암흑 속 속삭이며 다가오는 물결 위 얹어진
달빛, 별빛의 살랑거림을 볼 때면
세상 어떤 위로가 이보다 대단할까.
보나마나 내가 널 찾는 이유인가 보다.
김 예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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