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자아 외 4편

by Heming posted Apr 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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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나를 나의 가슴속에 잠시 숨겨두고

보이지 않는 너와 밖으로 나갔네.

내가 너무 싫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하지만

너는 내가 눈을 뜨지 못하게 하고

내 눈을 가져갔네.

나를 보이지 않게 뒤로 던져두었네.


나에게 잡아 먹혀.

빨리 내가 돼.


그림자가 생겨진 나는 내 앞에 섰고

난 두려움에 떨었네

내가 너무 무서워서.

그렇게 난 들리는 미소에 재가 되었네.


그걸 안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재에게 말을 걸었지.


이제 너는 없어.

내가 너니까.


나의 달


오늘은 달과 구름이 함께 있는 밤

어둠으로 보이지 않는 구름이

짙은 밤색에 겨우 자신의 색을 비추는 구름이

달 주위에 있어 밝게 빛나네


나의 달은 어디 있는가

나의 달은 나뭇가지에 달려있네

나에게 달려있네

메마른 나뭇잎이 나의 달이네


하지만 난 나의 달로 더 앙상해 보이고

힘없는 내가 더 드러날 뿐이네

아니 나 때문에 달이 힘없어 보이는 것일지도


나뭇가지를 넘고 뿌리치고 가는 것은 힘들겠지만

나는 묵묵히 나를 지나는 길을 가서

우리의 봄을 가져올 거네


그래서 나의 달과 나를 달보다 더 밝게 비춰보일 거네

어둠에 지지 않을 만큼


운명

설에 신나게 내려왔다가
사람의 말을 듣고는
문을 닫고 소리 없이 울었다.
아무도 모르게 집을 나와서 아무도 없는 길을 걸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골길 겨울밤 어두운 추운 날에
슬피 우는 소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나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소들이 보였다.
왜 울고 있을까
사람보다는 자유롭지 않나
한 걸음씩 되돌아갈 때 소들이 나에게 알려주었다.

너의 일은 가장 슬픈 일이 아니야.

살면서 가장 슬픈 일은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바꾸지 못할 때가 아닐까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고
나의 운명이 다른 사람에게 맡겨진다는 게
죽을 날을 자신이 정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슬픈 일이지 않을까

소는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없음을 알고 구슬피 우는데
나는 슬픈 일이 있어도 그걸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내 손에 내가 있으니 가장 슬픈 건 아니구나 느끼며
사람에게 듣지 못한
소에게 미안한 위로를 들으며
나의 길을 한 걸음씩 밟아갔다.

정의

내가 힘없이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노란 은행잎도
빨간 단풍잎도
내가 다가가자 도망간다.

누가 오고 있나 뒤를 돌아보았는데
내 발자국만이 있었다.

그래서 난 마른, 앙상해진 잎들을 밟으며
내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지만
잎들은 더 멀어져만 갔다.

잎들은 두려워하는 것일까
앙상해진 잎처럼 되는 것을

잎들은 두려워하는 것일까
버려진 나의 정의처럼 되는 것을

그것도 맞는데 말이야 중요한 게 있어.
옆에 있던 깊은 어둠을 가진 누군가가 말했다.
눈과 귀가 버려진 나처럼 되는 것을
나만 보며 살고 더럽고 나약해진 나처럼 되는 게 싫은 거야.
너는 그렇게 말하곤 그림자가 되었다. 
아니 내가 된건가. 

첫눈

네가 오기를 원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나는 달려 나가 
너에게 굴러갈 수 있는
작은 힘을 주고 
네가 나와 눈을 마주칠 수 있는 높이로 만들어
순수한 너와 진실된 너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나는 작은 것에 빠져 너를 만나러 가지 않았고
내가 더러워 질까 다가가지 않았고
네가 화나 단단하게 되어 심술을 부릴 때도
나는 내가 다칠까 네가 없는 곳으로 가기만 했다.

나의 눈이 세상의 어두운 것으로 가려지게 되어
네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짜증을 내고
네가 오지 않기를 바라
너의 이름마저 잊었다.

어둠으로 맹인이 된 우리와 잠깐이라도 대화하려고
 옷에 떨어지고 얼굴에 떨어지고
이제는 네가 우리에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려고
눈을 씻으려 눈물이 되어 떨어진다.

그 순간 내가 세상을 보고 너를 보았지만
너는 바로 사라졌고 난 나의 것인지 모르는 눈물을 흘렸다.

다음날이 되고
또 너의 의미를 잊었다.
이 세상에 너와 닮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지
맹인이 될 뿐이었다. 우리는.

이름:박은진
PH:010 2264 3819
이메일:4823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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