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by 큰무 posted Apr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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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

 

수건이 되고 싶다.

그렇게 너의 몸 구석구석을 누비고 싶다.

 

걸레처럼 구겨져

빨래통에 담겨 잠시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그쯤이야.

 

어지러운 소용돌이 속에서

기분좋은 냄새들과 만난다.

 

약간은 축축해진 몸으로 탁탁털려

그동안의 죄들을 씻어내고,

또 날려보내고.

 

쨍쨍한 날

팽팽한 빨래줄에

간신히 매달려

바람에 출렁이고 싶다.

 

그러다 너의 배경이 되고,

다시 너의 몸이 되고 싶다.



<검은 고양이>

 

너의 얼굴을 찍을 재간이 없다.

너는 너무 빠르기도 하고,

특히, 너무 검다.

너는 그림자보다도 검다.

시가 그렇다.

나는 너의 얼굴을 써낼 재간이 없다.

너는 나보다 빠르고, 검다.

결정적으로, 나는 밤을 사랑한다.



<가을전어>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달이 보였다.

기울어진 달이 보였다.

마음도 기울어져 담고 있던 것들이 다

쏟아져 버렸다.

그렇게 가을 전어를 먹었다.



<사랑의 온도>

 

따뜻한 물 샤워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사랑의 온도를 잊는다.

 

그러다 어떤 계절과 맞닥뜨리고,

퍼뜩 소름이 끼치다가,

샤워 후 덜 닦여

등에 남아 있던 물방울처럼

주륵 흘러내리는 것이다.



<바람>

 

나는 너를 사랑한다.

하지만 함께 할 수 없다.

 

머물 수 없다고,

사랑마저 할 수 없다고,

단정짓지 마라.

 

바람이 스치듯,

내 귀에 대고 말한다.

그리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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