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 권태 의사 외 4편

by 브로와콜리 posted Apr 10,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권태 의사


숨을 쉬다 빠져나가는 공기 사이로

열정은 불이 꺼지고 얼어

송장이 되기 위해 굳어간다

차가운 열정 또한 열정이 아닐까 싶은데

딱딱한 형체가 숨을 뱉지 않으니

생각을 접고 물러선다

죽음이 끝내 데려가는 것을

끝내 막지 못했으니

나는 아름답게 살 자격이 없다

병실 안 심장박동기의 삐-소리는

이제부터 일어날 다음화들의 예고편

나는 사람을 잃었다

차갑게 식은 열정으로 인해

 






그러고 싶네요 이제


비로소 겨울도 이제 잠을 자려나보다

하긴 밤낮으로 우리를 지켜댔으니 피곤도 할테지

겨울의 이불은 그 이름에 맞게 신비할 따름이었고

사람이 잡을 순 없지만 목화솜같이 뭉글뭉글한 것이 참으로 따뜻해 보였다

 

눈이 펑펑 내려 졸음이 왔다

나도 이불을 덮어주십시오 나의 허전함을 위해

나도 밤낮으로 이 감정 지켜냈으니

잠을 자고 싶네요 이제






나의 처방

(부제 : 딱히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어떤 세계를, 어떤 삶을 동경하기에

고즈넉히 다쳐가고 무뎌지고

쓸려가듯 앓아가고.

 

그러나 내겐 피딱지가 없지

흔적들은 있는데 상처들은 없다지.

 

그래서 나는 날아보고 싶지.

붕 뜨면 붕 뜬 생각들 사이로.

나는 내가 되어

꿈처럼 미련을 남기고 사라지는 그 세계들 사이에서.

내 자국들은 꽃으로 만개했는지.

그 어줍잖은 나날들의 하늘 역시 여전히 파란지.

돌아다니며 눈으로 신이 나게 보고싶지

 

그러다 눈의 시선에 피로가 쌓여

아지랑이 꽃이 피어버린 그런 피곤한 날에

쓸쓸함, 바람으로 만들어 나를 매우 치게 해.

손이 차가워지면 손을 비벼 온기를 채우고.

그 채로 돌아와 홀로 가장 어두운 방에, 죽어가는 반딧불같은 희미한 빛 하나 두고.

의자에 누워 우울한 노래를 들으며 죽어가는 척하면서

의미없는 허전함을 노래해야지.

 

그리고 잠이 들어 어제가 죽어버리면

술에 취한 망자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 듯이

해오던 말들을 처음인냥 다시 말해야지.

나는 어떤 세계를, 어떤 삶을 동경하기에

고즈넉히 다쳐가고 무뎌지고

쓸려가듯 앓아가고.

하늘은 맑고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술잔은 부딪히지만

나는 부딪힐 자신이 없고.

 




스스로


우울하다 이유없이.

아니 공허하다 자꾸. 이유만 지워진 채로.

부글부글 긁히는데 찢어지는데 움직일 수 없다.

슬픈 것들을 보아서인가. 습관인가.

부도가 난 것일까. 씨앗을 위해 땅을 가는 것일까.

속이 아픈데 상처가 없다.

멀쩡한데 나는 아프다고 한다.

무엇을 잃었기에.

뭐가 아프다고.

누구의 슬픔인지.




이 별은


이별은

유난떨지 않아도 됨을 끝내 극복하고

메어 꿀렁이는 가슴이 마침내 폭발하는

우리 사이에서 가장 슬픈 역사의 현장

터져버린 별은 다시 별이 될 수 없으니

우리는 이제 아무일도 없던 것 처럼 

처음의 그 자리로, 처음의 그 시간으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좋은 추억들


Articles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