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상록수의 꿈 외 4편

by 충이 posted Apr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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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수의


안개조차 꺼려하는

척박한 황무지 출신

아비의 땀과 어미의 눈물

세상 양분이 다 그리

짜고 애틋한 것이던가

주먹만 한 오색 빛깔

열매 맺히는 단꿈에

풀이 죽은 왼 겨드랑이 사이

겨우 돋아난 작은 이파리


온종일 낮이고, 낮이오

내리쬐는 볕 채찍에

혀를 물어 겨우 토하는 안간숨

밤 놈이 겨우 반나절

달 향기 풍기며 걸어오면

그때서야 몰래 한숨 새어나와

쩌억쩍 갈라지는 껍질 속

나이테는 좁아져만 가는데

매일 잘못된 꿈을 꾸고 있소


나는 아름드리

아름드리 상록수로 살고 싶소



새벽의 건널목


오늘밤도 습관처럼 손마디에 착 감기는 무른 종이를 뚫는다 손톱만치 작은 구멍 새로 펼친, 손톱만치 작은 배꽃 잎 풋풋한 향기 풍기며 소근 소근 간지러운 귓속말을 걸어오던 너 네 숨결을 따라 달콤한 밤공기가 귓속으로 흘러든다 구름 묵은 냄새 먼지 흩어지는 냄새 달 맑은 냄새 귀를 간질이는 먹먹한 배꽃 향기

 

네 숨결이 고요히 나를 흔들고 나는 찬란한 새벽을 맞이한다



지나갔기에 아름다운 것



이 밤에 퐁당 소리와 함께

헤어날 뜻 없이 깊이 빠져

 

먹색 밤 속 빛처럼 뿌려진 당신

작은 물방울이 가슴에 스며든다

 

뭉글한 시야를 활짝 걷고

시린 눈가를 조심스레 닦아주세요

 

무른 볼에 단단히 얼어붙은

하얀 결정을 따사로이 녹여주세요

 

당신과 함께 있었기에 일어난

어느 겨울밤의 작은 기적



사랑을


깨달은 계기가 있었다

 

태초에 주어진

어떤 감정이 있었고

 

가장 어리숙한 모습으로

너를 보았을 때,

나는 그것을

너와 나누어 가지고 싶었다

 

수없는 계절이 흐르고

문득,

포옹으로 엮였던

그 어느 여름날에

 

나는 그것을

네게 온전히 바치고 싶어졌다

 

서툴고 무른 그것을 받고

꾸밈없이 더운 표정을 담던 너는

무더운 날의 볕보다

타오르는 마음으로

나와 눈을 부딪는다

 

무더움이 가시지 않았다



생각해



은하수 같은 품에 안겨

뜨거운 목에 코를 묻으면

 

큰 손으로 어깨와 손을 꼭 잡고

검고 맑은 빛 속에서 함께 걸어

 

더운 어깨를 마주 부딪어 안고

시린 우주 속 당신을 보듬어

 

고요한 천체 따스한 숨결

달큰한 체취 차분한 머릿결

 

별이 밟히는 밤

나는 너란 우주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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