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셔가의 몰락 외 5편

by hydes posted Apr 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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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어셔가의 몰락
-이한비

어셔가로 마차를 타고 급히 그곳에 당도하려하오.
오랜만에 만나는 로더릭의 안색이 몹시도 좋지 않았었소.
그는 잿빛의 얼굴이 되어 버렸소만,
폭우가 마차를 몰고,
덜컹이는 수레에 앉아 그의 편지를 읽고 있었지.
마차의 바퀴가 늪에 빠져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소만,
로더릭!
난 늦을것 같소.
이대로 폭우는 계속될 것 같소이다!
"어이! 아직 멀었는가?" 하고 창을 열어
마부를 재촉했소만,
"이만하시오. 이만하시오."
로더릭, 나도 이미 늦었소...




02

눈, 코, 입

- 이한비

 

부르동은 부춧간에서 햄 3Kg을 산 후 알베르토의 집으로 향하는 길 이었다.

 

가랑비가 내려 우산을 들기도 무엇한 상황이었고 비가 내려 부춧간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가 코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걸 이렇게 어깨에 매고 길을 향해야 하니 여간 비위가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들 로트랙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이 햄을 사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들만 아니었다면 브루동은 접하기 힘든 생선이나 채소류 따위를 섭취하고 싶다. 로트랙은 편식이 심한 편이라 육류가 아니면 도무지 포크질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햄을 늘 잘 먹는 것은 아니다. 식사시간 집중을 잘 하지 못할 뿐더러 햄으로 비행기 놀이를 해가며 포크를 입에 넣어주지 않으면 식사하지 않는 날들이 더 많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 솟을 때도 있지만 쩝쩝 씹어대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곤 한다. 로트랙의 보모가 그렇다고 말했다. 부르동은 아들을 무척 사랑한다. 보모는 "이렇게 별난아이는 처음봅니다." 하고 말할 정도로 로트랙은 산만한 아이이다. 이 아이가 커서 무엇이 되려고 하나 하고 부르동은 생각한다.

 

오늘은 알베르토와 술 약속이 있다. 해는 정오를 가르키지만 오늘이야 말로 알베르토를 곤란하게 만들 무언가를 단단히 만들어 놓겠다고 우격다짐을 했다. 이런것을 보면 로트랙은 참 부르동을 닮았다. 부르동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알베르토를 골려주겠다고 생각했다. 알베르토는 촌철살인으로 부르동을 곤란하게 만든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매번 큰 결심을 하고 알베르토를 만나지만 번번히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옅은 비가 멈추어가나 하고 생각할 때 즈음 부르동은 땅에서 빛나는 무엇을 보았다. "어라...? 이게뭐지?" 하며 고개를 숙이며 빛나는 물체를 보았는데 그것은 요즘 부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큐빅이 박혀 있는 손거울이었다. 이렇게 큰 물건이 이렇게 땅에 버려져도 좋은건가 할정도로 단순한 물체의 실종이 아니라 고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큰 녀석이 땅에 버려져 있으니 부르동은 알수 없는 소름이 돋았다. 이것을 주워가도 되냐는 자문자답에 쉬이 답을 내리기 힘들었다. 이런물건따위 아내도 없는 내가 주워가져 무엇하냐는 생각과 함께 지나치려는 순간 손거울에 비친 부르동의 코에 콧털이 삐죽나온 모습에 "아차차!"하며 손거울을 집어 들었다. 한번 들었으니 쉬이 버리지는 못할테고 이 콧털만 제거한다면 로트랙의 보모에게나 주어 버려야지 하고 생각해버렸다. 부르동은 엉거주춤 손거울을 쥐고서는 축축한 콧속을 정리한 후 바지춤에 쥐어 넣었다.

 

샌들을 신은 터라 발가락 끝이 촉촉하고 햄 냄새가 아니라면 여간 좋은 느낌이 아닐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저 멀리 알베르토의 집이 보인다. 부르동은 "영차" 하고 햄꾸러미를 손에 들고 이따금 봉지를 어깨에 둘러매기도 하고 갈 길을 재촉했다.




03

고르고네스의 딸
-이한비

저기 멈춰서는 경주마.
분노로 꾸준히 달리는 나의 증오.
2시를 알리는 종소리는 오직 나에게만 울리고.

"나의 딸아! 저기 저 소년이 너의 몸을 애타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 저 내달리는 말 한필을 저에게 보내 주셔요."

저 재앙의 말발굽 소리.
그리고 환희에 찬 소녀의 소원.
나의 딸은 아테나의 저주를 받았다네!

아스타트가 빛나는 2시의 종소리는 새벽을 알리고.
그렇게 나의 증오는 달리고 달리지.

나의 딸아!
나의 메두사!

너의 시간속에 나는 몰약을 바르고
아들을 조소하는 너의 실체는 나의 분노.
마비된 너의 심장은
저 판도라의 상자 속으로 넣어 두자꾸나.
그래, 너의 뱀과 함께 열매를 넣어 저기 저 거울속으로부터.




04

Letter 1
-이한비

너는 겨울에 태어난 새하얀 눈송이 같은 소년.
나는 철탑속에서 멋진 왕자님을 만났지.
오랜밤의 나라에서 오신 고귀한 사신.
여름의 차가운 장미였을까?
가슴속의 흐르고 흐르는 시간은
소녀를 거울속 노인으로 만들어 놓았고.
비통한 사신 또한 오래된 임금으로 나라를 지키고 있단다.
그러나 소년아!
흐르고 흐르는 시간은 마치 레테의 강과 같아.
철탑속의 소녀와 사신인 왕자는 어느새
늦은시간 깊은 잠으로 사라질지도 모르지.
신의 명부는 아무도 모른단다.
새하얀 눈송이 같은 여호수아!
나의 아들.
어느새 추운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단다.
너의 탄생은 목련꽃의 봉우리가 봄볕을 터트린
꽃망울과 같이!
싱그러운 너의 첫 미소와 같이!
그래. 너의 어느날.
소녀는 아들의 눈송이를 맞으며 손을 맞잡는다.
오래된 임금과 함께.
사랑을 담아...




05


-이한비


핏방울에 손이 닿아 장미가 되고,
이 새벽의 안개가 그 가시를 감싸 사랑이 됩니다.

저녁놀은 한송이의 나리꽃이 되고,
죽음은 그 검은 낙인이 찍혀 저승화가 됩니다.

호숫가에 얼굴을 비추면 수선화가 되고,
그 꽃에 손을 대면 메아리가 됩니다.

저 하늘을 응시하면 후리지아가 되고,
눈을 감으면 봄의 향기가 됩니다.

그리고
그대의 허리춤에 손을 얹으면 음악이 되고,
우리들의 움직임은 왈츠가 됩니다.
바로 이 꽃무덤 안에서...





(이한비 / hydes0201@navwr.com / 010-8545-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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