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전/늦여름, 새벽3시 외 4편

by 늦여름,새벽 posted May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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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새벽 3

- 최지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그 사이

그 어디쯤

달이 가고 해가 오는 그 사이

그 어디쯤

 

이름 모를 창 밖의 새는

헤어짐이 슬퍼 우는 것일까

만남이 기뻐 웃는 것일까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열면

걸음을 떼기 싫어하는 여름의 투정이고

어서 오고 싶어하는 가을의 재촉이다

 

십 대의 마지막 여름

그 끝자락을 붙잡아 내 청춘을 새겨본다




치킨

- 최지혜

 

내 눈 앞에 있는 너를


그 무엇보다 향기로운 너를


마치 어여쁜 꽃을 보듯 바라보니


 


너의 뽀얀 살을 한 입 가득 베어 물었을 때


그 때 전해지는 느낌이


그 향기가 좋아


 


내 몸 속에서 타오르는 너를 향한 이 욕망은


네 내음을 맡고 있음에도


식을 줄을 모르니


 


너의 뜨거운 살과


나의 뜨거운 입술이 부딪히는 순간


그 순간이 너무도 좋아서


 


마침내 너와 내가 내 안에서 하나가 되었을 때


그 때 나는 또 한 번 느낀다


너는 나의 기쁨이라는 것을


나의 운명이라는 것을




자체공강

 - 최지혜


침대가 N극이고


내 몸이 S극이라


이런 것일까


 


고목나무에 매미가 붙어있듯


내 몸이 침대에 붙어있다


 


그 아인 살기 위해라지만


나는 무엇 때문인가


 


우주에서 먼지 하나라는


한없이 가벼운 내 몸이


중력을 이기지 못해 한없이 가라앉는다


 


오늘도 역시


자체공강이다




엄마의 얼굴

 - 최지혜


주름 깊은 엄마의 얼굴을

가마안히 들여다 보노라면

 

있다

 

고무줄 놀이에 교복치마가 찢긴 소녀가

첫사랑과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아가씨가

연인에게 꽃을 받고 활짝 웃는 여자가

누구보다 아름다울 10월의 신부가

 

그리고

내 앞에

한철 피는 꽃보다 고운 우리 엄마가




모기

- 최지혜


길고 늘씬한 다리를 뽐내며


이리 저리 먹잇감을 노리는 게


꼭 얄밉다


 


내 피를 주는 건 아깝지 않다만


허락이라도 받으면 좀 좋을까


 


아니다


 


피를 먹겠소


하면


 


그러시오


할 자신이 없다


 


내 눈을 피해 조용히 왔다 가는


도둑놈


그 도둑놈과의 전쟁은


영원히 반복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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