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꽃
새색시 첫날 밤 얼굴빛이
홍련만큼 붉을까
갓 짜낸 명주 비단 옷감
백련만큼 고울까
소녀의 청순가련함이
연꽃만큼 청순할까
연잎에 물 닿아도
젖지 않고 흘러보내니
깨끗한 청백리 선비
연꽃만큼 청렴 할까
진흙탕에 자라지만
불평불만 하지 않고
아름다운세상 만들어 가는
연화수보살님 연꽃만 할까
낮이면 꽃잎 다물고
밤이면 꽃잎 피우니
음지에서 도를 닦는
수도승과 같구나
바람에 날리는 연꽃 향기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
누름돌
어머님은 김장철에 김장을 하고
겨우내 김치가 맛있으라고
김치 위에 우거지를 덮고
김장단지 뚜껑을 덮기 전에
항상 누름돌을 집어넣고
단지 뚜껑을 덮으셨다
콩잎을 삭힐 때도 콩잎 뜨지 말고
잘 삭으라고 누름돌을 집어넣고
꼭꼭 누른 후 단지 뚜껑을 덮으셨다
어머님의 가슴에도
평생 누름돌
몇 개씩 품고 사셨다
시집살이 힘들 때 누름돌
자식들 속 썩일 때 누름돌
당신 몸이 아파 참느라 누름돌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얼마나 한이 맺혔을까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김장단지 콩잎단지의
누름돌은 다 걷어 내셨지만.
어머님 가슴에 누름돌을
끝내 걷지 내지 못하셨네.
----------------------------------------
버드나무 인생
한 번도 뻣뻣이
고개 들어 본적 없고
한 번도 가지로
하늘을 찌른 적 없고
평생 고개 숙여
살아가는 인생
평생 흔들리며
살아가는 인생
생전에 허리 한번
제대로 못 펴고
남에게 목소리
높여 본적 없는
우리 엄마의
인생과 같네!
그래서 엄마
돌아가실 때
버드나무 지팡이를
짚는가 보다
강가에 버드나무
외로움 달래주고
하늘에 계신 어머님이
들어 실수 있도록
버들피리 만들어
힘차게 불어 본다
삘리리 삘리리 ~~~
---------------------------
꽃상여!
잘 살았던, 못 살았던
사람이 한평생 살다가
간 것은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시집장가 갈 때
꽃가마타고 가듯이
사람이 죽어서
저승 갈 때
꽃상여를 태운다.
누구나 인생을
잘 살고 싶지만
뜻대로 안 되는 것
지나고 나면 아쉬운 일들이
스크린의 자막처럼
우리 눈앞을 스쳐간다.
때 늦은 후에
지난 일들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죽어서 화려하게
상여에 꽃을 꼽고 간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보석 같은 나날들
삼만 송이 꽃다발
스스로 만들어 갈 때
남이 태워주는
꽃상여 보다는
더 아름답지 않을까
삼만 송이 꽃다발
모두 완성하는 그날 까지
서로서로 사랑하며 살다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꽃상여 타는 그 날에는
미련 없이 가야겠지!
어 어 어와~
어와 넘자 어와~!
----------------------------------------
이팝꽃
우리 어머님은 가난한 시골집에
태어나 시집올 때 까지
쌀 서 말 못 먹고 시집을 오셨다
시집에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쌀밥 먹기가 쉽지 않아
명절에나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가마솥에서 밥을 펄 때
할아버지 아버지 자식들에게
쌀밥 한 톨이라도 더 담았고
엄마는 꽁보리밥이었다.
어릴 때 엄마의 마음은
언제 한번 쌀밥 해서 마음 놓고
실컨 퍼먹어보나 소원이었다.
세월이 흘러고 바뀌어 이제는
흰쌀밥 보다 보리밥이 귀한 시대
어버이는 세상에 없고
이팝나무 꽃만 만발하였다
어머님의 가족사랑!
어버이의 영원한 자식사랑!
봄날에 피는 이팝꽃 사랑!
이재춘
010-4566-4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