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위로 외 4편

by bkbk posted May 23,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위로

 

똑똑, 나는 조용히 어른께 갔습니다

내 안에 짐이 너무 많아

내 심장마저 터져버릴 것 같은 그 때

나는 조용히 어른께 갔습니다

 

선생님, 그 한마디를 하고 나는

뚝뚝 울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바빠 나를 돌려보내려던 그가

다행이라는 얼굴로

나를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얘야, 비가 오거든

그 비를 다 맞으려고 하지 말아라

우산 안으로 들어가

피해있어도 괜찮단다

 

어른은 그렇게 나를 다독이며

나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가장 따뜻한 위로를 받아들고

아직 눈물이 다 마르지 않은

얼굴로 나는 얼른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의 끝에 가장 따뜻한

순간을, 하나님 아버지,

나는 돌아서 나와 방문을 닫았습니다

 

----------------------------------------------------------------------

 

사랑이 아니라고 말해요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탐욕이 끊이질 않아서

 

가까이 있는 사람보다

낯선 이에게 친절한 것이

익숙해서

 

당신도 그런 것뿐이라고

내게 당신은 사랑이

아니라 그저 나의

욕심에 불과하다고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해요

 

-----------------------------------------------------------

 

한 번

 

한걸음 내딛는 것과

한번 숨을 내뱉는 것

한 모금의 커피를 마시는 것

이 모든 것은 쉽습니다

 

걸음걸이, 숨의 무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그 모든 것이

가볍기 때문인가요

 

그러나 한 번 숨을 거두는 것

한 번의 이별을 하는 것

똑같은 한 번이지만

이건 왜 이리도 무거운건가요

이별과 죽음은 왜 변하지 않고

영원히 같은 모습인가요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문득 깨닫습니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죽어있는 것

변하지 않는다는 건

살아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

 

연인과 걷는다는 것

 

상대의 허리를

살포시 한 손으로 감싸고

다른 한 손은

상대의 손을 맞잡고

같은 빠르기

같은 보폭으로

걸어간다

같은 방향을 보며

걷는다

지금 우리는 경쾌한

왈츠를 추고 있다는 걸

당신이 눈치 챘음 좋겠다

 

---------------------------------------------------

 

하루를 보내는 방법2

 

나는 그냥

어제를 닮은 나에 갇혀있다

어제 홀로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며

아무런 할 일 없이

평화롭고 조용했던 그 자유

 

나는 그냥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아

오늘의 이야기를 오늘의 노래를

조금 무시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경

bk7795@naver.com

010-7282-1217


Articles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