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배가 고파서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텅 빈 것이
꼭 텅 빈 내 마음같아서
울컥, 서러워져
그 속 눈물로 채워본다
채워도, 채워봐도
자꾸만 흘러넘쳐서
누구라도 담아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나는
다른 게 고픈가 보다
시곗바늘
건전지가 다 되면
시계는 멈추는데
어이하여 내 눈물
건전지도 없는데
멈출 줄을 모른다
애꿎은 시간이
고장난 눈물이
멈추라고 멈추라고
시곗바늘 잡아봐도
시간도 눈물도
기다려주는 건 없다
꿈
잠깐 꿈을 꾸었소
당신 냄새 남아있는 옷을 입고
당신 냄새 남아있는 침대에서
당신 없이 남아있는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는
그런 꿈을 꾸었소
인사
안녕, 안녕하시나요
구름 한 점 없어도
꽃밭에 있어도
별똥별 떨어져도
그대 사진 보면
구름이 몰려와 비내려
꽃들이 져버리고
밤하늘 별조차 안보여서
나는
안녕하지 못하네요
그리움
아픈 건 잠깐
낫는 건 한참
꽃이 피는 건 한참
지는 건 잠깐
사랑에 빠지는 건 잠깐
헤어나오는 건 한참
잊는 건 잠깐
그리운 건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