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외 4편

by 이다이아몬드 posted May 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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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배가 고파서

장고 문을 열어보니

텅 빈 것이

꼭 텅 빈 내 마음같아서

울컥, 서러워져

그 속 눈물로 채워본다


채워도, 채워봐도

자꾸만 흘러넘쳐서

누구라도 담아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나는

다른 게 고픈가 보다



시곗바늘


건전지가 다 되면

시계는 멈추는데

어이하여 내 눈물

건전지도 없는데

멈출 줄을 모른다


애꿎은 시간이

고장난 눈물이

멈추라고 멈추라고

시곗바늘 잡아봐도


시간도 눈물도

기다려주는 건 없다




잠깐 꿈을 꾸었소

당신 냄새 남아있는 옷을 입고

당신 냄새 남아있는 침대에서

당신 없이 남아있는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는

그런 꿈을 꾸었소



인사


안녕, 안녕하시나요


구름 한 점 없어도

꽃밭에 있어도

별똥별 떨어져도


그대 사진 보면

구름이 몰려와 비내려

꽃들이 져버리고

밤하늘 별조차 안보여서


나는

안녕하지 못하네요



그리움


아픈 건 잠깐

낫는 건 한참


꽃이 피는 건 한참

지는 건 잠깐


사랑에 빠지는 건 잠깐

헤어나오는 건 한참


잊는 건 잠깐

그리운 건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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