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밤
한 평 남짓한 방
방 안에서 어느새 1년의 밤
커다란 책상 위 책이 쌓여있는 방
1년의 밤은 취업을 위한 밤
내가 찾는 것은 새로운 방
일을 하며 지새울 수 많은 밤
그러나 지금과 그리 달라지지 않을 방, 밤
남자답게
남자다워지라고 들었다.
근육을 키워보라고 들었다.
남자다워지라고 들었다.
소리를 중저음으로 내보라고 들었다.
남자다워지라고 들었다.
대범하게 행동하라고 들었다.
저것들이 뭐가 남자다운건지 물었다.
이제와 자기도 모르겠단다.
남았다
백만원이 넘었다
사고 싶은 것을 담다보니
반으로 줄였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을 뺐더니
그의 반으로 줄였다
없으면 외출도 어렵다 싶은 것을 남겼더니
결국 둘만 남았다
쌀과 물 너희 둘만 남았다.
퇴고
다시 보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나의 부족함을 날카롭게 돌아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시보라고 한다.
그 부끄러움을 이겨내라고 한다.
다시 보는 이는 얼마 없다.
부족함을 돌아봐야하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이고 싶었으나 얼마이지 못했다.
부끄럽기 때문이다.
다시 보지 않으면서 욕심만 낸다.
부족함을 애써 외면하며 자위한다.
나는 잘하고 있다.
나는 부끄럼을 모른다.
명함
얇은 종이 한 장이 나를 위축시킨다.
종이에 눌리는 것은 아니다.
종이에 적힌 글자들이 나를 누를 뿐
종이 한 장은 뒷면도 가지고 있다.
뒷면은 영어로 위세를 더한다.
꼬부랑 글씨가 나를 더 위축시킨다.
나의 종이는 가볍다.
종이의 무게를 가늠한다.
그는 손쉽게 받아든다.
무거운 종이를 받고 가벼운 종이를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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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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