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액자 속 작은 바다 외 4작품

by 愚公 posted Jun 0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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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 속 작은 바다

  

오래된 나무 재질, 그 속에 망상을 채워 넣어 한 폭의 수채화를.

 

망상이라기엔 너무 생생했다.

 

하나의 나무엔 하나의 마음이 있다.

하나의 액자엔 하나의 바다가 있다.

 

가끔 출렁이는 표면을 소리 없이 응시하곤 한다.

길 잃은 어부들과 갈매기들이 가끔 놀러와 쉬는 곳.

의도치 않은 낯선 이들의 노래들로 가득 차,

디딜 곳이 없다.

 

푸른 바다는 껴안을 줄 안다.

누구보다도 더 넓은 어깨를 가지고 있어,

끌어안을 줄 안다, 뜨겁게 끌어안을 줄 안다.

사랑할 줄 안다.

뜨거운 태양까지 끌어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푸른 바다를 액자 속에 접어놓고는,

심장 곁에 걸어둔다.






그들의 유언장은 백지였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긴 차가운 계절이 지나가려함은

세월이 지나갔다는 것을 의미하겠지.

세월은 지나가고 지나간 세월은 지나간 세월을 다시 붙잡지 않는다오.

놓지 못한 끈이 있다면 잘라내 버리고 삭혀둘 것.

허나 끝끝내 자르지 못한 끈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너와 나의 미련이라도 되는 것일까.

 

차갑고 시린 무언의 괴성들이 저 너머에서 들리는 이유는

아직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시리고 시리고 시린, 시리다 못해 날카롭게 변해버린 너의 그 얼굴들을

오늘밤은 뜨거운 내 눈물로 녹여 내리다.






다한증

 

 

 

널 꾹 잡고 놓치지 않게 하려 함은 널 구속하려 함이 아니다.

널 꾹 움켜쥐고 놓치지 않게 하려 함은 널 지치게 하려 함이 아니었다.

하지만 움켜쥐고 난 뒤에서 묻어나는 너의 눈물들을 보았을 때 나는 아니 놀랄 수가 없었다.

 

놓치기 싫어 놓지 못했고 잊기 싫어 잊지 않으려했던 나의 이기적인 마음은 한 번 더 그대에게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대의 피부를 상처 내어 빨갛게 내 피부를 적셔냈다. 끈적하게 묻은 그 피들이 더욱 나와 그대를 끊지 못하게 함으로 더 이상 그대를 놓을 수 밖에 없어 오늘도 눈물로 밤을 지새우다 깊이 잠들어 버렸다.

 

끈적하게 묻은 피들을 닦아내고 또 닦아내어 보았지만 그대의 흔적은 계속 남아 있더라. 이것은 그대가 나에게 남긴 미련일까 내가 그대에게 남긴 미련일까. 애써 지우려고 하지는 않겠다. 이 끈적함을 당신과 나의 아련했던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夜光

 

 

불 꺼진 방아래서 누워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의 방에도 우주가 있는걸까,

천장에서 수 많은 별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유년시절의 별과 청소년시절의 별, 청년시절의 별, 그리고

 

너라는 별.

 

너는 아마 내가 가진 별들 중에서 제일 먼 별일테지만,

그 중에서 제일 밝게 빛난다.

 

오늘 따라 더 밝게 빛나는 너 때문에

오늘 밤도 지새우겠구나.

 

더 꼬옥 눈을 감는다.





우울증

 

 

 

낙엽은 시간이 지나면 태양의 발자취까지 모조리 부수겠지.

가는 길마다 쌓여있던 시체들 위로

그림자가 드리울 때,

나는 울음을 억지로 참지 않았다.

 

울먹이던 두 눈동자에 비치던 검은 하늘엔

무기력한 내가 걸려있었고

달은 끝내 정지하고 말았다.

 

어느 누가 낳은 고통이란 말인가?

 

그 고통 뒤에서 몰래 방아쇠를 당기는 녀석이

당신이 아니라면,

홀로 검은 하늘 끌어안고 뒤돌아서겠다.





이름 : 최성준

이메일 : csj6552@gmail.com

번호 : 010 8704 6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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