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이름 없는 꽃 외 4편 ----------로움, 김민지

by 로움글 posted Jun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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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 없는 꽃 (無名花)


길가의 꽃을 쥐어 뜯어서 내게 가져왔지.

이름이 뭔지 생전 처음 보는

풀꽃인지, 들꽃인지, 잡초인지,

아슬아슬하게 핀 것이 꼭

너와 같다는 시덥지 않은 말을 하며.


먼지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중앙을 지나

도로 가 제일 끝자락.


자동차도 굴러가다 한 번쯤 주차했을 자리.

길 고양이가 경계하며 지나갔던 그 곳.

머리 하얗게 샌 할머니가 파지를 줍고,

모자란 용돈으로 간식을 나누던 형제.


내가 다 봤다. 최선을 다하던 그 것들.

너무 열심히 살아서 눈물이 핑돌던 그 삶들.




2. 비음악 (非音樂)


비는 비라서 하늘을 훑어 내린다지만

내눈에 한참을 흘러 온몸을 흠뻑 적시고도

나 몰라라 걷어가버린 너는 무슨 비인가.


어떤 음악보다도 내리는 네 소리는

선율이 아릅답고 감정을 담고있어.


어쩜 음이 이렇게도 여러가지인지.

눈으로도 보이면서

심지어 손으로 만져서도

느낄 수가 있으니

입체음악이 아닐리 없어.

너무 훌륭한. 계속 듣고싶은.


사랑하는 사이에 내리는 비.

음악같이 내리는 너라는 사람.

비도 아닌 것이 음악도 아닌 것이.




3. 프로포즈


다시 못올 지난 날에게 손짓을 해본다.

"한 곡 추시겠습니까? "

슬픈 노래는 아닐 겁니다.


나무라며 멀어졌던 수 많은 행복에게

애원하며 손 잡아보련다.

밝게 빛나려면 속절없이 어둡기에

눈물마저 읽을 수 없었던 지난 날들.


사랑하느냐 물으면 그렇다고

보고싶다고 물으면 그렇다고.

솔직하게만 비추는 불빛으로

눈물을 지고 행복의 강으로 가라.

나와 너의 인생이

그곳으로 데려가리라.


뉴욕의 거리에 울려퍼지는 재즈.

거리 곳곳 굴러다니는 낙엽과 함께

바람이 17번가로 내달리는 꿈.

나는 곧장 트럼펫을 불테야.









4. 그래도 사랑



나는 이제서야 너의 외로움을 마셔본다.

몇년 전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했을

불친절한 감정을 돌려받는다.


그때의 네가 지금 나로 서 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자책도, 후회도 아니다.


좋아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

이제는 고개를 저어도 허락인지

거부인지 알 수가 없다.


너는 어떻게 부는지

어떻게 걷는지

영영 알길이 없다.



차갑고 날카로운 파도가

내 전신을 훑고 내려가서

우는 나를 올려다보는 오늘.


비로소 나는 알았다.

또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울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5. 속


마음껏 구부러지고 냄새가 나도 좋아.

한 걸음 더 괴기에 가까워 지고 싶어.

내 자유를 위해서, 혹은 너의 결박을 위해서


악몽을 꿨다는 편지가 왔어.

내가 지운 악몽인지도 모르고

불구덩이를 걸어나오려고 하는 군.


앞은 보이지 않아도 좋아.

가라앉을 수만 있다면.


언젠가 데인 상처가 얼굴을 도배했지.

차라리 포기를 하고 울어버릴까도  생각했어.


내 얼굴에 마음껏 침을 뱉겠어.

흡족할 만한 양의 거름을 선물하겠어.

뺨 속 지렁이는 나와 너를 맞이 하겠지.

끝까지 넌 속이 미련한 친구네.





로움,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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