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전 참가 / 최은우

by 최은우 posted Jun 10,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광어(廣魚)의 감정 - 최은우


생선들의 수다가

이어지는 수산시장을

광어의 땡그란

눈 같은 달이 뜬 

밤에 찾아갔다.

 

수족관 속에 갇힌

광어의 눈이 나를

사가라고 쳐다보며

재촉한다.

 

생선의 감정이라곤 생각해 본 적 없는

수염이 난 사장님은 담배를 끄며

운명의 도마 위에서 광어를

마구 썰어댄다.

 

포장된 광어회를 보면서

광어가 수족관 속에 있었을 때의

눈빛을 떠올린다.

광어의 눈 같은 달과

칠흑빛 하늘 위에서 마주쳤다.

 

어쩌면 나를 사가라고

쳐다 본 것이 아니라

나를 살려달라고,

내 감정도 생각해보라고

그런 눈빛으로 쳐다봤던건

아니었을까

 

광어의 감정은 비릿하다.


--------------------------------------


자동차의 고향을 찾아서 - 최은우



매연(煤煙)의 고향을 찾아서

아스팔트를 녹일 듯한

여름 날 한 가운데에

눈꺼풀도 없는데 깜빡거리는

사람 눈알 같은 자동차의 라이트

자동차 공장에서 나올 때부터

표정이 없는 채로 나와

나의 고향을 찾아서 달려왔다.

 

앞차의 심장에서 나오는

퀴퀴한 매연 냄새를 맡으며

생각해본다.

나의 고향은 어디일까

공장에서 같이 나온 친구들은

무얼 하며 달려가고 있을까

택시? 아니면...버스? 아니면 화물차?

아니면 출세를 해서

사장님의 차가 됐을까?

아니면 외제차 친구를 사귀었을까?

 

오른쪽 눈에 깜빡이를 켜놓은 채

생각의 잠에 들기 전에

뒤에 있는 차가 빨리 가라고

클랙슨을 누르며 재촉 한다.

그렇게 도시에서 고향을 잃은 채

고향을 찾아 달려간다.


--------------------------------------

지하철 미술관 - 최은우


오늘도 조상님들이 남긴

초상화를 감상하기 위해

지하철 미술관 표를 끊는다.

 

사람들이 감상하다 말고

미술관을 떠난 자리에 앉아

살며시 초상화를 바라본다.

 

사람들의 얼굴, 아니 초상화들을

하나하나씩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고 있는 학생

기타를 메고 음악을 배우러 가는 남자

책을 읽으며 생각에 빠져 있는 여자

회사일이 피곤했는지 넥타이를 풀고

졸고 있는 가장의 초상화, 아니 회사원

 

그렇게 지하철 미술관은

많은 초상화 작품들을 싣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

도시(都市)의 비명, 그리고 아우성 - 최은우


파랗게 질린 강남의 빌딩은

도시(都市)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도시가 뿜어내는 공해의 아우성은

자동차들을 신경질 나게 만든다.

 

자동차들이 화를 푸는 방법은 오직

눈알을 찌르는 듯한 라이트 불빛으로

도시의 욕망을 짓밟으며 달리는 일.

 

나는 도시(都市)의 비명, 그리고 아우성에 놀라

빌딩 안으로 들어가 한동안 숨어 지냈다.



 --------------------------------------


용기가 필요한 곳은 - 최은우


세상의 빛을 피하기 위해

내 현실을 피하기 위해

가끔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선다.

 

힘든 상황이 내 앞에 들이닥칠 때도

피하고 싶을 땐 달동네에 불만이 있는

딱딱하고 부숴 질 것 같은 말이 오고가는

벽돌들의 집회가 열리는 골목길로 들어선다.

 

벽돌들의 집회 한가운데에서

말없이 녹(綠)물을 흘리는 오래된 자전거

그리고 나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주차된 채 졸고 있는 검은색 각그랜저

그 밑에 들어가 할 말이 있는 듯

나를 쏘아보는 고양이

 

이들과 함께 벽돌들의 집회

한가운데에서 든 생각은

벽돌들을 비춰주는 밝은 가로등을 믿고,

내 뒤에 나타난 그림자를 친구삼아

함께 같이 걷는다면,

나에게도 좋은 세상이 다가 올 것이라 믿는다.






응모자 성명: 최은우 / 이메일 주소: ericewchoi@naver.com / HP 연락처: 010-3128-6899  





























Articles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